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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헨젤과 그레텔

입력
2017.0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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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친구는 가방 속에 조약돌을 잔뜩 넣고 있었다. 유리 화병 안에 넣을 장식용 돌이었다. 회사로 배달된 조약돌을 집으로 가져오는 길에 몇 번이나 길에 한 알씩 한 알씩 버리고 싶었단다. “아, 정말 무거웠단 말야. 역에서 집까지 가는 길은 왜 그렇게 멀고 어두워? 옛날 그 동화, 조약돌 길에다 하나씩 버리는 거. 그렇게 다 버리고 싶었어.” 그래, 그 동화, 헨젤과 그레텔. 어렸을 적 그림 형제 동화집을 읽다가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계모의 꾐에 넘어가 나무꾼 아버지가 남매를 숲에 버리지만 헨젤이 하얀 조약돌을 길에 뿌려놓는 바람에 아이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두 번째로 버려졌을 때 남매는 돌아오지 못하고 과자로 만든 집을 찾아가지만 그곳에 사는 마녀는 아이들을 잡아먹을 계획이다. 다행히 그레텔은 마녀를 빵 굽는 화덕에 넣어 죽이고 두 아이는 보물을 훔쳐 집으로 돌아간다. 그 사이 계모는 죽고 없고 아버지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 부자로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새삼 동화의 내용을 떠올리며 나는 어릴 때처럼 다시 한 번 화들짝 놀랐다. 뭐 이렇게까지 잔혹하고 엉뚱하담. 아이들은 마녀를 죽이고 보물을 훔쳐도 그저 기쁘고 무능한 아버지는 죄책감도 없다. 악랄한 계모가 죽어도 아이들은 동요하지 않는다. 자신들을 버렸을지라도 친아버지는 그저 살아있으면 해피엔딩이다. 어쩌면 우리네 인간사가 이 동화 한 편에 다 녹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의 나는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독후감을 썼는데, 그때의 나, 이 책의 독후감을 무어라 썼던가. 아기가 글을 배워 헨젤과 그레텔을 읽는다면, 나는 옆에서 가만히 입을 다물어야 하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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