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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도시바 반도체 재입찰에 적극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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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도시바 반도체 재입찰에 적극 나서

입력
2017.02.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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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오늘부터 시작

“입찰 제안서 받는다면 검토”

매각 지분 50% 이상 늘어나

인수자금 10조원 규모로 커져

최 회장 결단이 향방 가를 듯

도시바 인수땐 점유율 30%대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재편 불가피

일본 도시바(東芝)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사업 지분 매각이 업계에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원천 기술을 가진 도시바 자회사 지분에 내로라하는 글로벌 강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인수전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 도시바 반도체를 품에 안든 세계 반도체 업계의 판은 요동칠 전망이다.

기관투자자와 손잡고 ‘총알’ 마련하나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정기총회에서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 인수에 대한 질문에 “아직 도시바로부터 공식적으로 입찰 조건과 일정 등을 받지 않았다”며 “입찰 제안서를 받는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SK그룹 차원에서도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다. 이달 초까지 도시바는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3조원 규모의 지분(19.9%) 매각을 추진했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력발전사업에서 7조원대 손실을 기록한 도시바는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매각 지분을 50% 이상으로 늘려 1조엔(약 10조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하고, 매각 시한도 최장 1년 연장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이에 따른 재입찰은 이르면 24일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50% 이상 인수는 경영권 확보를 의미한다. D램에 비해 떨어지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술력까지 흡수할 수 있어 SK하이닉스에겐 절호의 기회다. 문제는 기존 3조원 규모에서 3배 이상 커진 인수금액 10조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는다면 더 뛸 수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조2,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증권가는 올해 영업이입 규모가 두 배 이상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도 10조원은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대인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금액(9조3,000억원)을 넘어선다.

그룹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의 액수라 업계에서는 최태원 SK 회장의 결단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한다. 최 회장은 2012년 3조6,000억원에 SK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알짜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며 승부사적 면모를 과시했다. 올해도 LG실트론을 인수하는 등 반도체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10조원을 전부 부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입찰하는 방식이 최선의 안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홍보 이미지. 홈페이지 캡처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홍보 이미지. 홈페이지 캡처

재편 예약한 글로벌 반도체 업계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 매각 재입찰 후보로는 SK하이닉스 이외에 대만의 폭스콘,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 등이 거론된다. 일본 언론들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대만 반도체기업 TSMC 등도 관심을 보인다”며 흥행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전력이 끊겨도 데이터가 보존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는 D램과 함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다. 이중 D램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치킨게임’을 거쳐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ㆍ마이크론의 3강 체제로 재편됐지만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혼전 양상이다. 기술력에서 1년 이상 앞선 삼성전자가 30% 중반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도시바가 점유율 20% 정도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만약 3~5위인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중에서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자가 나온다면 산술적으로는 삼성전자와 대등한 30% 대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게다가 도시바는 평면(2D)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발명한 데다 집적도가 높은 3차원(3D) 낸드플래시 개념을 처음 고안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입찰 조건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만큼 변수도 차고 넘친다. 해외 기업으로의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지분을 쪼개서 복수의 업체에 매각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천문학적 인수금액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모바일 시장의 성장으로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가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대규모 투자를 발판으로 추격 중인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들어갈 경우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인수하든지 시장 재편은 분명해 보이지만 업체들로선 인수합병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며 “2013년 일본 D램 업체 엘피다를 인수한 마이크론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캠퍼스 전경. SK 제공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캠퍼스 전경.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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