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목전에 두고 대만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향후 미중관계 재조정 국면에 대비해 올해 양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전면화하기 위한 사전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ㆍ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3일 베이징에서 대만 관련 관변단체를 앞세워 ‘대만 인민 2ㆍ28 기의(起義ㆍ의병을 일으킴) 70주년 기념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2ㆍ28 사건을 “대만 동포들이 국민당 정권의 전제적 통치에 반대한 애국ㆍ민주ㆍ자치운동으로 중국 인민해방투쟁의 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에는 대만 독립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정부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1947년 당시 대만 국민당 정부가 군을 동원해 담배 암거래상 단속에 항의하는 2만8,000여명의 원주민을 학살한 2ㆍ28 사건에 대해 중국 당국은 그간 공산당과 인민이 합세해 국민당 정부를 전복하려 했던 해방전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만 독립세력이 2ㆍ28 사건을 빌려 양안 분열을 촉발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애국ㆍ민주ㆍ자치운동으로 규정한 것이다. 실제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그동안 대만 독립과 중국 분열을 부추기는 세력이 역사적 진실을 왜곡해 대만성(省)의 모순과 종족의식을 확대시키고 사회적 대립을 조장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이 역사적 사실을 재규정하는 데까지 나선 건 대만 독립세력에 대한 분명한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 전에 차이잉원 총통이 전화통화를 한 뒤 ‘하나의 중국’ 원칙이 도마에 올랐고, 이후에도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프리깃함을 들여오기로 하는가 하면 중국을 겨냥한 해상훈련에 돌입하는 등 마뜩찮은 움직임이 계속돼왔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올해 중국의 최대 난제는 경제ㆍ무역ㆍ외교ㆍ군사 등 전 분야에 걸친 미중관계 재조정 문제”라며 “양회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대내외적으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인정받는 게 중국의 당면 과제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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