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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부산 소녀상 이전 요청…일본 대사 복귀 멍석 깔아주기

입력
2017.02.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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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공관 보호 관행에 맞지 않다”

부산시장ㆍ동구청장 등에 공문

“서울 소녀상에도 같은 기준 적용”

“구청 직원 두번 죽이려 하나”

“민심에 역행… 즉각 철회해야”

지자체ㆍ시민단체 강력 반발

외교부 부산 소녀상 이전 검토 비공개 공문/2017-02-23(한국일보)
외교부 부산 소녀상 이전 검토 비공개 공문/2017-02-23(한국일보)

외교부가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관할 지자체에 소녀상 이전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 명분을 주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되지만, 소녀상 설치 문제를 두고 일본 측에 지속적으로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여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23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14일 부산시장, 부산시의회의장, 부산 동구청장에게 소녀상 이전을 요청하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보냈다. 외교부는 공문에서 “소녀상 위치가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 예양(禮讓),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적절한 장소로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서울 대사관 근처의 소녀상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서울 대사관 근처 소녀상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외교부는 또 정명희(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부산시의원이 4월 발의를 추진 중인 ‘부산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ㆍ기념사업 조례안’을 언급하며 “피해자를 지원하고 기념사업을 시행하자는 취지 자체에는 이견이 없으나, 추진 과정에서 외교공관 보호와 관련한 국제 예양 및 관행을 충분히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산 동구청은 그러나 “구청 공무원이 시민단체가 설치한 소녀상을 철거하고 농성자들을 끌어낸 뒤 국민적 비난을 받아 지금도 큰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구청이 소녀상을 이전하라고 하는 것은 구청 공무원을 두 번 죽이는 일로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문제”라며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해 12월 28일 동구청이 도로법 시행령 위반 등을 이유로 소녀상을 강제 철거했다가 비난 여론에 직면해 결국 재설치를 승인했다.

외교부의 공문 발송은 당장의 소녀상 이전을 염두에 뒀다기 보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신호를 일본 측에 보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부산 소녀상 설치에 대해 반발하며, 지난달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를 소환한 뒤 40일 넘게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일본도 장기화하고 있는 주한일본대사 공석 사태에 부담이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때문에 소녀상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 나름의 노력을 부각시켜 일본 정부에 나가미네 대사가 귀임할 수 있는 명분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공문 발송 사흘 뒤인 17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을 만나 소녀상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나름의 노력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부산지역 3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이하 부산시민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주권의 상징인 소녀상이 또 한번 시련을 맞았다”며 “친일 외교부가 아니라면 민심에 역행하는 소녀상 이전 요구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내달 1일 동구 초량동 소녀상 인근 정발장군 동상에서 ‘3ㆍ1평화대회’를 열고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즉각 사퇴,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 한일군사협정 폐기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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