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에서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의 공포를 낳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ㆍ단속 대책이 실제로는 버락 오바마 정권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찻잔 속 태풍’에 머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내보낸 추방자를 받아 들여야 할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다가, 민주당 강세 지역 지방 정부의 불법체류자 보호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방문에도 불구, 멕시코 정부는 전날 트럼프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놓은 이민자 추방대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교장관은 이날 틸러슨 장관 환영행사에서 “그렇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의 추방대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멕시코 외교장관의 비협조 선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대책을 설명하러 온 틸러슨 장관이 매우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 정부가 거부할 경우 트럼프 정부는 대부분이 중남미 출신인 불법체류자의 추방 작업을 벌일 수 없게 된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 추방자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는 1,100만명의 불법체류자 전원 추방을 주장했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그 대상을 범죄를 저지른 불법체류자로 축소했는데 이 숫자는 82만명 가량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또 샌프란시스코 시당국이 불법체류자도 사용할 수 있는 독자적 신분증을 발급하고, 시카고 시당국은 소속 경찰에 대해 연방정부의 추방 작업에 협조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등 미 전역의 시당국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 정권에서도 매년 20만~40만명이 추방되어 왔던 만큼 우려하는 수준의 대대적 추방사태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추방업무를 지휘할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도 22일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추방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지겠으나, 대규모 추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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