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무연탄 가격, 러시아ㆍ호주산의 3분의 2 수준
북한의 대중(對中) 수출액 절반을 차지하는 무연탄이 러시아나 호주산에 비해 3분의 2 수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제재로 중국으로밖에 수출할 수 없다는 점, 북한에 제공되는 뒷돈의 존재 등으로 인해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김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이 ‘KDI 북한경제리뷰 2월호’를 통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북한산 무연탄 가격은 경쟁국가인 러시아나 호주산의 63~66% 수준으로 거래됐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무연탄은 44.7%의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의 무연탄 수입이 환경규제 때문에 2014년 이후 급감했음에도, 북한으로부터의 수입은 거의 줄지 않았다. 지난해 중국의 총 무연탄 수입(14억7,000만달러) 가운데 북한산(11억7,000만달러)이 79.6%나 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국제사회 경제제재로 사실상 중국에만 수출할 수 있는 상황이 북한산 무연탄 가격을 더 떨어뜨리는 요소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판로가 중국밖에 없으니 수입국(중국)이 가격 주도권을 쥔다는 얘기다.
또 북ㆍ중무역에서 종종 발생하는 뒷돈(킥백) 때문에 명목상 무연탄 가격이 실제보다 낮게 형성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수입업자가 북한 수출업자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국제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부연구위원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외화가 널리 유통될 수 있는 이유가 이 같은 뒷돈 관행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ㆍ중무역 뒷돈 규모가 많을 때는 연간 4,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김병연 서울대 교수)도 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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