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까지 바꾸며 혁신하겠다던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권위주의 시절의 구태(舊態)를 답습하면서 내부에서부터 “자유당 때로 돌아가는 거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인명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당 소속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실과 비례대표 의원실로 “언론 모니터링 요원을 지정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KBSㆍMBCㆍSBSㆍEBS 등 지상파 방송 4곳, 보도전문채널 2곳, 라디오 7곳, 종합편성채널 4곳은 물론이고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기타 주요 인터넷 언론을 담당할 모니터링 전담 보좌진을 의원실별 1명씩 지정해달라는 내용이다. 공문에는 “당 차원에서 총력 추진하는 일로 요원은 의원실 업무보다 모니터링 업무를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써 있다. 한국당 한 보좌관은 “이게 신종 언론검열이 아니고 뭐냐”고 했다. 세비로 지원하는 의원실 보좌진을 정당 자원으로 편법 배치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당 관계자는 “지난해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로 편파적인 보도가 급증해 적극적인 대응 차원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언론중재위 제소로 사실을 바로 잡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인 위원장의 권위주의적 행태도 구설수에 자주 오른다. 지난달 23일 당 공개 회의 때는 옆자리 당직자들이 귓속말을 하자 하던 말을 멈추고 “아니, 비대위원장이 말을 하는데 무슨 일이냐”고 쏘아붙인 게 오랫동안 회자됐다. 인 위원장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민심’과 손 잡는 방향으로 당 운영 기조를 바꾸자 그동안 영입 인사라는 이유로 참아왔던 불만의 둑이 터진 양상이다. 한국당에서 나온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22일 인 위원장을 향해 “기성 정치권보다 더 저급한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야누스의 얼굴이다”며 “국민 세금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로 특급호텔 식당을 즐기지 말고 교회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전임 원내대표가 선언한 국회 산하기관장 추천권 포기를 없던 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관례적으로 원내 2당이 추천권을 행사했던 국회도서관장(차관급) 자리를 공모를 통해 정하겠다고 밝힌 정진석 전 원내대표의 약속을 번복하려는 것이다.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도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는 정실인사를 없애자”는 정 전 원내대표의 취지에 공감하며 국회도서관장을 포함해 입법조사처장ㆍ예산정책처장 등 3대 산하기관장을 각 당의 추천 없이 공모로만 선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본보 통화에서 “국회도서관장 자리는 이번엔 우리 당 몫”이라며 “원내대표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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