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서 “판단 제대로 못했다”
기업 인사에 최순실 입김도 인정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는 법정서
“컴투게더로 회사 넘어간 뒤
안종범, VIP에 혼났다고 말해”
안종범(58ㆍ구속기소)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대통령 지시를 맹종한 결과라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너무도 늦은 후회였다.
2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 출석한 안 전 수석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를 회상하며 “대통령 지시에 순응한다는 차원에서 나름대로 판단을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고개를 좀처럼 들지 못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롯데에 70억원을 돌려주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던 것처럼 (재단 설립 지시도) 여유를 갖고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당시에는 기본적으로 이 사업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대통령이 지시하면 빨리 수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재단 설립에 청와대가 관여한 사실, 최씨 입김이 기업 임원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 등을 인정했다. 강일원 주심재판관이 “왜 청와대가 주도한 사실을 당당하게 말하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당시 최씨가 재단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보도 됐기 때문에(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최씨 측근인 차은택(48ㆍ구속기소)씨의 인맥인 이동수ㆍ신혜성씨가 KT 임원이 된 것에 대해서도 안 전 수석은 “대통령 추천으로 KT회장에 이야기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 지분에 대한 최씨의 강탈시도가 무산된 뒤 박 대통령이 막후에서 개입한 안 전 수석에게 불 같이 화를 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차씨 등에 대한 6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씨의 측근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는 “컴투게더가 포레카를 단독으로 인수한 뒤 안 전 수석으로부터 ‘포레카 인수가 수포로 돌아가 VIP한테 엄청 혼났습니다’는 말을 듣고 안 전 수석이 대통령 지시를 따른다는 느낌을 받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 VIP한테 크게 혼났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최씨가 사익을 챙기기 위해 한 광고업체를 압박했고, 이에 실패하자 대통령이 역정을 내며 그 책임을 안 전 수석에게 물었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은 이날 헌재에서 “박 대통령이 ‘포레카 매각 과정에 문제가 있으니 바로 잡으라’고 지시한 일이 있다”며 “지난 2015년 8월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김 전 대표에게 연락해 매각 과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포레카 인수전에 컴투게더 외에 롯데 계열의 광고회사가 끼어들자 박 대통령이 “포레카가 대기업에 매각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두 차례 정도 이야기했다고도 증언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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