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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손? 텃세?... 심석희에겐 안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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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손? 텃세?... 심석희에겐 안 통했다

입력
2017.02.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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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2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빙상장에서 열린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3,000m 릴레이 결승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 서 있다. 왼쪽부터 최민정, 김건희, 김지유, 노도희, 심석희. 삿포로=연합뉴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2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빙상장에서 열린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3,000m 릴레이 결승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 서 있다. 왼쪽부터 최민정, 김건희, 김지유, 노도희, 심석희. 삿포로=연합뉴스

역시 ‘쇼트트랙 여제’였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심석희(20ㆍ한국체대)가 ‘나쁜 손’ 악재를 실력으로 깨끗하게 잠재웠다.

심석희는 22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에서 열린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30초37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함께 레이스를 펼친 최민정(19ㆍ성남시청ㆍ1분30초451)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통쾌한 설욕이었다. 심석희는 전날인 21일 500m 결승에서 이른바 ‘나쁜 손’ 논란에 휩싸이며 우승을 놓쳤다. 중국의 판 커신(24)이 마지막 코너를 돌던 심석희의 무릎을 잡아챘고 이를 뿌리치는 사이 3위로 달리던 장 이저(18ㆍ중국)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땄다. 심석희는 판 커신과 함께 실격 처리됐다. 팬들은 분개했지만 그는 의연했다. “(그런 부분에) 대비를 하고 들어갔다. 상황을 피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부족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는 1,000m와 계주 3,000m에 대해 더욱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고 심석희는 자신과 약속대로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3,000m 계주 결승에서도 중국을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최민정, 심석희, 노도희(22ㆍ한체대), 김지유(18ㆍ화정고)가 이어 달린 한국은 5바퀴를 남기고 중국에 선두를 내줬다. 하지만 마지막 주자 최민정이 짜릿한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이미 1,500m에서 금메달을 땄던 최민정도 심석희와 함께 2관왕에 올랐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나쁜 손’을 일찌감치 경험한 게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석희는 이어 “평창올림픽에서는 중국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거칠게 나올 것”이라며 “무엇보다 그런 반칙을 받을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자 1,00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주먹을 불끈 쥔 심석희. 삿포로=뉴스1
여자 1,00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주먹을 불끈 쥔 심석희. 삿포로=뉴스1

남자대표팀도 낭보를 전해왔다.

남자 1,000m 결승은 서이라(25ㆍ화성시청)를 비롯해 신다운(24ㆍ서울시청)과 이정수(28ㆍ고양시청) 등 한국 선수들의 잔치였다. 서이라와 신다운이 마지막 바퀴까지 ‘불꽃 레이스’를 펼친 끝에 서이라가 1분24초097의 기록으로 신다운(1분24초119)을 0.022초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서이라의 동계아시안게임 첫 금메달. 남자 대표팀 ‘맏형’ 이정수는 3위를 했지만 한 나라가 메달을 모두 가져가지 못한다는 규정에 따라 동메달을 양보했다.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한국이 중국에 이어 준우승했다.

쇼트트랙이 한국의 메달밭이라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홈 팀 일본은 한국에만 링크에서 연습할 시간을 박하게 주는 등 ‘텃세’를 부렸다. 하지만 한국대표팀은 이날 하루만 금메달 3개를 확보하며 쇼트트랙에 걸린 8개 금메달 중 5개를 휩쓸어 최강 전력을 과시했다.

이승훈이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금메달을 딴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비히로=연합뉴스
이승훈이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금메달을 딴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비히로=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대표팀 이승훈(29ㆍ대한항공)이 보여준 ‘투혼의 레이스’도 놀랍다.

이승훈은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남자 1만m와 팀 추월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3관왕이 됐다. 그는 20일 남자 5,000m에서도 우승했다.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5,000mㆍ1만mㆍ매스스타트)에 이은 두 대회 연속 3관왕. 이승훈은 23일 매스스타트에 출전할 계획인데 이 종목에서 우승하면 한국 선수로는 동계아시안게임 사상 첫 4관왕에 등극한다.

그는 지난 10일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 팀 추월 경기 중 넘어져 오른쪽 정강이를 베여 8바늘을 꿰매 아시안게임 출전조차 불투명했다. 하지만 부상을 훌훌 털고 일어나 놀라운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날 1만m를 뛴 뒤 불과 2시간 만에 다시 팀 추월에서 나서는 강철 체력으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 김보름(24ㆍ강원도청)도 5,000m에서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이로써 한국 선수단은 이날 하루에만 금메달 6개를 획득하며 국가별 메달순위 1위를 탈환했다. 이날 걸린 금메달 9개 가운데 6개를 독식한 한국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7개로 메달순위 1위 자리를 하루 만에 되찾았다.

삿포로=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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