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무수한 세대들이 이어질 텐데 그 독자들에게 반면교사의 역할을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었습니다다. 2년 동안 천천히 썼다.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고 하면서 이 땅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준을 높이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시집 ‘겨울공화국’으로 유명한 양성우 시인이 2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식당에서 신작 ‘지금 나에게도 시간을 뛰어넘는 것들이 있다’ 출간 간담회를 열었다. 양 시인은 유신시대 대표적인 저항시인 중 한 명이다. 1975년 광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재직 시절 자작시 ‘겨울공화국’을 낭송해 파면 당했으며 77년엔 장편시 ‘노예수첩’을 일본 잡지 ‘세까이’지에 발표한 사건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양 시인은 스스로를 실패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회적 기준으로 봤을 땐 성공한 부분이 한 곳도 없다”며 “언젠가 언론으로부터 ‘실패한 혁명가’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난 지난날들을 보며 조금의 후회도 자책도 안 했다”고도 했다. 양 시인은 “체 게바라도 실패한 혁명가로 불리지 성공한 혁명가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체 게바라는 끊임없이 세상을 바꿔보려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 또한 지난날들을 통해 끊임없이 바꿔보려고 노력했다”고도 말했다.
양 시인은 최근 문화계를 뒤흔든 블랙리스트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며 “아직까지 유신시대 사고를 가지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는 일부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드는 출판사나 예술인을 지원하지 마라는 지시를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난 일찍이 문화예술을 통해 국가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재능 있고 특출한 예술인들을 살려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양 시인은 “비는 모든 식물들에게 똑같이 물을 주듯 문화의 숲이 우거지려면 모든 예술인들이 넓고 큰 지원을 받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도엽 인턴기자(경희대 정치외교학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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