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국가의 수석 부통령 자리에 자신의 부인을 임명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왕이 지배하던 중세 봉건사회에서나 일어날 법한 인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새 헌법 103조에 따라 영부인인 메흐리반 알리예바(53) 여사가 제1부통령에 임명됐다고 밝혔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앞서 9월 열린 국민투표에서 새 헌법을 통과시키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얻었다. 대통령의 임기가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됐고 대통령에게 의회를 해산하는 권한이 부여됐다. 특히 대통령이 임명하는 부통령직 2개가 신설됐다. 그중 제1부통령은 대통령 유고 시 권한대행을 맡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자리로 이를 자신의 부인에게 내준 것이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010년 공개한 외교전문에서 알리예바 여사는 “해외에서 상당한 성형수술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때때로 서구에서조차 도발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대담하게 옷을 입는다”고 묘사됐다. 알리예바 여사는 영부인이 되기 전 아제르바이잔 의대와 모스크바 의대를 졸업하고 안과의사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들은 이번 인사를 알리예프 대통령의 장기독재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알리예프 대통령은 새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피선거권 하한 연령도 폐지했다. 대통령의 두 딸 레일라(33)와 아르주(28)가 언제라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통령을 둘러싼 아제르바이잔의 핵심권력이 그의 가족들에게 점차 배분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야당인 평등당의 으사 감바르 대표는 “이번 인사는 아제르바이잔을 중세 봉건사회로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가족통치는 21세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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