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교장의 파행적 졸업 처리로 발을 동동 구르던 대전예지중ㆍ고 만학도들이 가까스로 졸업장을 받게 됐다. 하지만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당장 신입생 모집과 교사 모집ㆍ운영 등의 문제까지 겹쳐 학사 운영 차질은 계속될 전망이다.
22일 예지중ㆍ고 학생ㆍ교사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맹현기 교무부장 주재로 졸업사정회를 열어 졸업 처리를 마무리, 오는 25일 졸업식을 열기로 했다.
교사 18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정회서 중등과정 129명과 고등과정 139명 등 총 268명의 학생이 졸업 자격을 받았다. 수업료를 미납한 학생 1명은 졸업이 보류됐다. 학교 측의 졸업 처리로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입학 취소 사태는 다행히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학교 유정복 교장은 지난 14일 졸업사정회를 위한 자료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사정회를 강행하고, 다음 날 임의로 만든 졸업장을 나눠줬다. 그러나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교장 자격증이 없는 유 교장의 졸업 처리는 법적 문제가 있다며 반발해 파행을 빚었다.
우여곡절 끝에 졸업 문제는 겨우 매듭지었지만 향후 학사 일정도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예지중ㆍ고는 당장 신입생 모집 문제부터 발목을 잡혔다. 대전시교육청이 예지재단 측이 유 교장 해임 등을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17일자로 3월 1일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달 말 계약 종료를 앞둔 기간제 교사에 대한 재계약이나 학급 및 교과 담임 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학사 운영 계획도 아직 세우질 못했다.
재단과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학생ㆍ교사들 간 갈등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학생ㆍ교사들이 유 교장의 해임과 재단 모든 이사 퇴진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재단 측은 요지부동이다.
예지중ㆍ고 관계자는 “학생들의 졸업 자격 문제는 전산 처리까지 완료해 일단 해결했지만 학교 직인을 유 교장이 소지해 졸업장에 직인을 찍지 못할 수 있고, 교장의 신입생 입학허가 선언도 못할 수 있다”며 “재단과 유 교장은 더 이상의 학사파행을 멈추고 학교 정상화에 나서라”고 말했다.
예지중ㆍ고는 박규선 전 교장 겸 이사장의 간부급 교직원에 대한 금품 요구 등 갑질 논란으로 촉발된 학사파행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대전교육청이 청문 절차를 거쳐 재단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전원 퇴진토록 했지만 재단 측은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버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단 측이 이사인 유 교장을 학교장으로 임명했고, 유 교장은 반발하는 학생과 교사 수십여명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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