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열 트룬 골프장/사진=골프장 공식 홈페이지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21세기는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이 생길 만큼 사회 각 분야에서 우먼파워가 대단하다. 그러나 아직도 정반대의 세상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곳이 골프장이다.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일부 명문 회원제 골프장일수록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오랜 전통을 유지하는 곳이 존재한다.
골프장의 여성 차별 정책은 이를 철폐한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장이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 개최 자격을 회복하면서 다시금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지난 21일(한국시간) 미국의 골프전문 매체 골프닷컴에 따르면 디 오픈을 주관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2020년 개최지로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장을 결정했다.
영국 켄트주에 위치한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장은 1887년 개장했다. 이후 1894년부터 디 오픈을 총 14차례나 개최했으나 여성 회원 가입을 금지하는 정책 때문에 지난 2011년을 끝으로 자격을 박탈당했다. R&A의 강경한 조치에 골프장은 지난 2015년부터 여성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2년 만에 디 오픈 개최지 자격을 회복한 것이다.
'개 또는 여성은 출입 금지'라는 푯말은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로열에이션트 골프장 앞에 260년 동안 붙어 있었다. 이 골프장은 논란 끝에 2014년 9월 남성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처음으로 여성 회원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모두가 백기를 든 것은 아니다. 1744년 오픈한 뮤어필드는 16차례나 디 오픈을 개최한 명문 코스지만 철저한 금녀 원칙을 고수하는 걸로 악명(?) 높다. 뮤어필드 골프장에 여성이 못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골프 라운드를 돈다. 단지 회원이 못 될 뿐이다.
2020 도쿄 올림픽 골프 코스인 가스미가세키 골프장도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쿄 도심에서 25km 떨어진 사이타마 현에 자리한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은 세계 100대 코스로 선정됐을 만큼 명문 골프장이지만 그동안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책을 고수해왔던 것이 드러났다. 주중에는 간혹 여성도 초청 손님으로 라운드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요일에는 여성 골퍼가 라운드를 할 수 없다. 이 전통을 유지한다면 2020년 올림픽 때 여자부 경기는 일요일에 치를 수가 없게 된다.
미국에서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개최지로 유명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말썽이다. 이곳의 회원 명단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미국의 정ㆍ재계의 유력인사들이 가입을 희망하지만 마음대로 안 될 정도라고 한다. 성차별과 인종차별의 대표적인 곳으로 지탄받자 2012년 여성 회원을 처음 받아들였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유명 사업가 다라 무어 등 단 2명만이다. 라이스 전 장관의 경우 회원 인정을 받은 최초의 흑인 여성이다. 흑인 남성이 회원이 된 건 20여 년 전인 1990년대였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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