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에는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단골 뉴요커들과 관광객들이 오랫동안 사랑한 딤섬 맛집들이 있다. 차이나타운의 역사와 촘촘하게 어우러진 ‘놈와 티팔러(Nom Wah Tea Parlor’)는 맨해튼에서 가장 오래된 딤섬 레스토랑이다. 1920년 딤섬과 차를 함께 파는 제과점으로 시작했다. 1950년대 16살에 미국으로 이민해 놈와의 접시닦이로 시작한 월리 탱이 20년 만에 창업자 부부로부터 놈와를 사들였다. 그후 해마다 중추절이면 뉴욕 근처에 사는 중국인들이 놈와의 월병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며 놈와의 전성기를 함께 했다.
놈와는 1980년대 들어 기울기 시작했다. 차이나타운 곳곳에 중국식 제과점이 들어서고 홍콩ㆍ중국에서 월병을 비롯한 제과류의 수입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지자 경쟁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근근이 버텨낸 놈와를 2011년 인수한 건 탱씨 조카인 윌슨 탱이다. 탱은 수십 년 간 쇠락한 주방을 포함한 레스토랑 전체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것으로 새로운 시작을 예고했다. 그는 딤섬을 주력 상품으로 띄우는 승부수를 냈다. 브런치나 점심식사 메뉴로만 먹을 수 있었던 딤섬을 밤 10시까지 판매했다. 또 레스토랑 곳곳에 세월의 흔적을 남겨 두었다. 색이 바랜 간판, 유명 배우들의 사인이 담긴 액자, 수십 가지 차(茶) 상자 등 소품을 활용해 따뜻한 느낌을 살렸다.
딤섬 얘기를 빼놓을 순 없을 터. 딤섬의 기본인 하가우(새우딤섬)와 쇼마이(새우딤섬) 순무 케이크 등 메뉴 하나하나에서 최고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어른 주먹만한 바베큐 포번은 속이 꽉꽉 들어찼고, 크기가 남다른 에그롤은 바삭함이 섬세하다. 놈와가 거의 100년을 살아 남은 내공을 알 것 같다.
놈와와는 전혀 다르면서 맨해튼의 전통 딤섬 레스토랑이 궁금하다면 ‘조이럭 팰리스(Joy Luck Palace)’를 찾아가 보자. 2016년 1월 개업해 겨우 1년 밖에 안 된 새내기이지만 인기는 최고다. 500석의 식당 내부는 항상 시끌벅적하며, 평일 점심시간에도 나이 지긋한 중국교포들로 꽉 찬다. 10명씩 앉는 둥근 테이블에 다른 손님들과 합석하는 것은 다반사다.
딤섬을 푸짐하게 담은 카트가 넓은 시내를 오가면, 원하는 딤섬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문하면 된다. 맨해튼 딤섬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느긋하기보다는 활기찬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조이럭의 딤섬은 맛도 훌륭하지만 귀여운 모양이 눈길을 잡아 끈다. 앙증맞은 병아리나 거북이 모양의 번과 페이스트리, 코코넛 밀크 커스타드 크림이 들어간 돼지 모양의 찐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으로 자주 올라 입소문을 퍼뜨렸다.
최근 맨해튼에서 가장 뜨는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곳은 ‘미슐랭 스타를 받은 세계에서 가장 싼 식당’임을 자랑스럽게 내건 홍콩 딤섬 맛집 ‘팀호완 (Tim Ho Wan)’이다. 맨해튼 차이나타운이 아닌, 젊음이 넘치는 이스트 빌리지에 올 1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낮 12시에 레스토랑 앞에 도착한다면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아시아 곳곳의 지점을 통해 이미 한국 미식가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뉴요커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단연 포크번이다. 찐빵이 아닌 오븐에서 구운 겉이 바삭한 번에 달달한 돼지고기 속이 들어있다. 또 중국식 만두들을 비롯해 연잎 밥과 새우 가지 구이 등 모든 메뉴가 훌륭하다.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은 필수품이다.
뉴욕의 딤섬엔 100년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주말 브런치 메뉴였던 딤섬이 세월을 거치며 술 안주로, 성대한 저녁 메뉴로 거듭나는 걸 지켜 보는 것이 흥미롭다. 뉴욕의 구석구석이 새롭게 느껴진다.
반찬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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