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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꼬리 잡고 희화화… 논란 이는 ‘대선주자 검증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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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꼬리 잡고 희화화… 논란 이는 ‘대선주자 검증 방송’

입력
2017.02.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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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방송 JTBC ‘뉴스룸’ 캡처화면
종편방송 JTBC ‘뉴스룸’ 캡처화면

각 방송들이 대선 주자를 출연시켜 다각적인 검증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말꼬리 잡기에 치중하거나 정치 현안을 희화화하는 경향을 보여 논란을 빚고 있다. 대선에서 방송을 통한 ‘이미지 정치’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보니, 시청률을 의식한 대선 주자 검증 방송이 자칫 유권자들의 판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안희정 충남지사 인터뷰는 지나친 말꼬리 잡기식 질의 응답으로 도마에 올랐다. 22분 가량 진행된 인터뷰 대부분이 안 지사의 ‘선의’ 발언에 대한 지리하고 답답한 공방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선의’ 발언 논란에 대해 “그 누구의 주장이라 할지라도 액면 그대로 선한 의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의 본질로 들어가는 데 훨씬 빠르다. 저의 원칙적 태도를 말씀 올렸던 자리”고 해명했으나, 손석희 앵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선의가 있다고 보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거듭했다. 안 지사가 “21세기 지성은 통섭의 관점”이라고 거론하자 통섭의 개념을 두고서 설익은 설전이 이어졌다. 안 지사는 비슷한 질의가 반복되자 “제 얘기가 그렇게 어렵냐”며 답답한 모습도 보였다. 이날 인터뷰가 안 지사의 선의 발언 하나로만 도배됐지만,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이해가 넓혀졌다가 보다 말싸움에서 누가 이겼느냐는 게 더 관심을 끌었다. 일각에선 후보자 검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청률을 의식한 ‘설전(舌戰)’ 자체가 목적인 인터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SBS가 기획한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정치 희화화 문제로 우려를 낳고 있다. 12일 방송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인터뷰에선 확인되지 않은 금괴 200톤 보유설과 관련해, 일부 패널이 “금괴가 200톤이나 있는데 1억 달러쯤이야 사비로 내면 되지”라며 빈정거려 논란이 됐다.

이처럼 방송 의도에 따라 들쭉날쭉한 검증 인터뷰를 두고 대선 주자 캠프 측도 고심에 빠졌다. 대선 주자의 정책을 알리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지만, 사소한 시비거리 때문에 이미지가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21일 “대선주자들을 불러놓고 검증을 핑계로 특정현안으로 도배하거나 희화화하는 게 시청률 말고 어디에 목적이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인지도 때문에 각종 방송에 출연하고 있지만, 취지가 원래 협의했거나, 준비했던 것과 다르게 진행될 까봐 노심초사하는 날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과도하게 특정 이슈에 집중하기 보다 수용자인 시청자들의 다양성을 생각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시청률이나 말초적 관심사에만 집중하면 검증이라는 원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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