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층만 이용할 수 있는 수단
17일 평양에서 청진으로 비행 포착
입국 공작원들 신속 후송 목적
16일엔 의주行… “최룡해 방중용”
북한이 김정남 암살 공작원 4명의 복귀에 맞춰 평양에서 헬기를 띄운 것으로 파악됐다.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헬기와 육로를 이용해 중국을 방문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포착됐다.
정보당국이 북한지역 상공을 레이더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7일 오전 평양에서 이륙한 헬기가 러시아와의 국경과 가까운 함경북도 청진으로 향했다. 이날은 김정남 암살 용의자들이 말레이시아를 떠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북한에 들어온 날이다.
북한에서 헬기는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을 비롯한 최고위층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인데, 청진은 군사기지가 아닌 공업지역이어서 북한 지휘부가 굳이 헬기를 타고 갈 이유가 없는 곳이다. 더군다나 지난 두 달여 동안 항공연료 부족으로 인해 북한 상공에서 비행기(고정익기)는 거의 날지 않고 일주일에 두 번 가량 헬기만 뜨고 내린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1일 “중요한 인물, 즉 김정남 암살에 가담한 공작원들을 평양으로 신속하게 데려오기 위해 헬기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16일 오전에는 평양에서 이륙한 헬기가 평안북도 의주 공항에 내린 정황도 포착됐다. 평양에서 의주까지 거리는 100㎞에 불과해 자동차를 이용해도 되기 때문에 굳이 헬기를 띄울 필요가 없는 곳이다. 이에 정보당국은 중요한 인물이 모종의 임무를 띠고 움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룡해 부위원장이 13일 김정남 암살 이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춰, 정보당국은 의주로 향한 헬기에 최 부위원장이 탑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평양에서 출발하는 고려항공 직항편 대신 의주에서 단둥을 거쳐 육로로 이동하면 눈에 띄지 않고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남 피살 이후 불거진 엄청난 파장을 감안하면 최 부위원장이 중국을 찾아 물밑에서 무언가 역할을 하고 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12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발사하기에 앞서 헬기가 분주히 이동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근 수주일 동안 평양에서 평안북도 구성군으로 헬기가 일주일에 두어 차례씩 꾸준하게 오가더니 결국 구성군의 방현지역 일대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북극성 2형 발사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현장에서 참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보당국은 특히 12일 미사일 발사 직후 헬기가 서해의 구성군에서 동해 쪽의 함경남도 신포로 이동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신포는 전력화를 앞둔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기지가 위치한 곳이다. 군 당국은 지난해 8월 SLBM 수중발사 성과를 토대로 북한이 사거리를 늘린 북극성 2형 탄도미사일을 지상에서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당장 임박한 정황은 없지만 북한이 SLBM을 또다시 발사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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