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의 선한 의지’ 발언 일파만파
전통 지지층 반발 거세지자
“적절치 못했다” 이틀 만에 사과
전략 수정에 나설지 주목
안희정 충남지사가 이른바 ‘선한 의지’ 발언 파문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고개를 숙였다. 전날 밤까지도 캠프 참모들에게 “함께 견뎌달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던 안 지사는 전통적 야권 지지층의 반발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하는 대연정을 주장했다가 거센 당내 반발에 직면했던 안 지사가 재차 중도 확장 전략으로 밀어붙였던 ‘소신론’을 굽힘에 따라 당내 경선을 앞두고 전략 수정에 나설지 주목된다.
안 지사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선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어떤 분의 말씀도 액면가로 선의로 받아들여야 대화도 문제 해결도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지만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이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간 것은 많은 국민께 다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그런 점에서 예가 적절치 못했고 (저의 발언으로) 마음 다치고 아파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아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ㆍ박근혜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다”는 19일 부산대 행사의 발언으로 파문이 일자, 20일 반어와 비유적 표현이라고 해명하다가 “계산 한 말도 실수도 아닌 마음 속에 있는 제 말이다”라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지 하루 만에 사과로 급선회한 것이다.
안 지사는 문제 발언을 둘러싼 반발이 당 안팎으로 확산되자 지지층 이탈 가능성을 우려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전날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빠져있다”고 일침을 가하자 친문(재인) 진영에서는 조직적 공세의 움직임마저 감지됐다. 문 전 대표의 측근인 같은 당 손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서양 속담을 적어 안 지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의 ‘분노’ 지적에 안 지사가 재반박을 하면서 논쟁이 확산된 점도 안 지사 입장에서는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지사는 전날 문 전 대표의 지적에 “분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버릇이 돼 있다”고 전제한 뒤 “지도자로서의 분노라고 하는 것은 그 단어 하나만 써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바람이 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문 전 대표가 21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것”이라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는가”라고 각을 세웠다.
안 지사의 사과모드로 양측 갈등은 폭발직전에 일단 멈췄다. 이와 함께 중도 보수층까지 끌어 안는 전략으로 문 전 대표의 대세론까지 위협했던 안 지사의 기세도 한풀 꺾이게 됐다. 캠프 내부에서도 ‘안 지사의 발언 때문에 야권 지지층이 예민해졌다’는 지적과 함께 지지율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안 지사의 중도확장 전략 노선에도 다소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이제 집토끼를 안심시킬 만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발언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거대담론과 추상적 화법으로 일관했던 안 지사의 스타일이 빚은 ‘설화(舌禍)’라는 지적과 함께 안 지사가 앞으로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며 생산적 논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na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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