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령이자 최장기 독재자인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93번째 생일을 맞아 호화 생일 축하 행사를 준비해 빈축을 사고 있다.
독일 도이치벨레 등 외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생일은 맞은 무가베는 25일 수도 하라레 남서쪽 인근 마토보스에서 공식 생일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수천 명의 하객이 모일 것으로 보이는 무가베의 올해 생일 축하행사에는 250만달러(약 28억6,000만원)가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단체들은 무가베가 36년간 집권한 짐바브웨는 현재 엄청난 재정 위기에 몰려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단체들은 “수백만 달러는 생일 기념식이 아닌 병원을 고치고 학교에 책을 제공하는데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무가베 장기 독재기간 동안 짐바브웨 정부는 토지개혁 등 경제정책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국민은 살인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2008년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2억% 이상을 기록하면서 ‘100조 짐바브달러’ 지폐가 나오기도 했다. 1924년 수도 하라레 북서쪽 마을에서 태어난 무가베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포트헤어대에 재학하면서 미래 아프리카 민족주의 지도자들로 성장하게 될 친구들과 교류했다. 이후 짐바브웨 아프리카민족동맹(ZANU)을 창설하고, 조슈아 은코모의 아프리카인민동맹(ZAPU)과 힘을 합쳐 1965년 영국에서 독립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무가베는 동지 은코모를 쿠데타 음모 혐의로 몰아낸 후 1980년 대통령에 올라 독재의 길로 들어섰다.
무가베는 19일 자국 국영매체 인터뷰에서 “국민은 내가 대선에 나오길 원하고, 나도 은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내년 대선에 출마할 뜻을 이미 밝혔다. 무가베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 5년 더 집권하면 99세까지 대통령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그가 지금까지 농담조로 얘기해 온‘100세까지 대통령을 하겠다’는 공언이 거의 이뤄지는 셈이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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