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28ㆍ스포츠토토)가 끝내 동계아시안게임과 ‘금빛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상화는 21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71의 기록으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맞수’ 고다이로 나오(31ㆍ일본)와 같은 조에서 뛰었지만 나오에게 0.31초 차 뒤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현역 마지막 무대로 삼았던 이상화는 이로써 세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휘경여고에 재학 중이었던 2007년 중국 창춘 대회 500m에서 은메달을 땄고,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500m에선 동메달을 획득했다. 아시안게임과 차원이 다른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2010년 밴쿠버ㆍ2014년 소치)을 손에 넣었던 이상화에게 아시안게임 ‘노 골드’는 옥의 티로 남았다.
이날 이상화의 초반 레이스는 좋았다. 첫 100m 구간을 전체 3위 기록인 10초44로 끊었고, 고다이라(10초52)보다 앞섰다. 그러나 중반 이후 속도를 낸 고다이라에게 역전을 허용한 뒤 마지막 곡선 주로 이후에도 추격하지 못했다.
이상화는 경기 후 “이번이 마지막 아시안게임이었다”며 아쉬워한 뒤 “홀가분하다. 마지막 코스에서 제대로 돌지 못해 매우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시안게임 징크스’처럼 안 풀리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사실 (금메달보다) 은메달이 더 예쁘다”고 웃었다.
올 시즌 종아리 및 무릎 부상으로 통증을 달고 뛰었던 이상화는 이번 대회에도 마찬가지로 부상 여파가 있었다. 그는 “500m에서 첫 100m구간이 중요한데, 통증이 조금 있었다”며 “부상이 발목을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다이라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올림픽을 앞두고 최고의 자리에 있다면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현재 2위 위치에 만족한다. 부담 없이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일 5개의 금빛 소식을 전한 한국 선수단은 이날 노 골드에 그쳤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에서 대표팀(김보름ㆍ노선영ㆍ박지우)은 3분6초67의 기록으로 일본(3분00초08)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쇼트트랙에서는 서이라(화성시청)와 박세영(화성시청)이 남자 500m에서 나란히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서이라는 40초842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중국의 우다징(40초764)에 0.078초 차로 우승을 내줬다. 함께 출전한 박세영은 41초182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추가했다.
여자 500m에서는 심석희(한국체대)가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중국의 판커신과 마지막 바퀴를 지난 뒤 서로 엉키는 과정에서 실격판정을 받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때문에 장이쩌(중국)가 43초911의 기록으로 우승했고, 4위로 통과한 일본의 이토 아유코(44초236)가 어부지리로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결승진출에 실패했던 최민정(성남시청)은 파이널B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결승전에서 3위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동메달로 한 단계 승격되는 행운을 얻었다. 전날 크로스컨트리 1.4km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김마그너스(19)는 이날 15㎞ 프리에서는 8위를 기록했다.
금메달 6개로 제자리 걸음을 한 한국 선수단은 22일 두 번째 ‘골든 데이’를 예고하고 있다. 강세를 보이는 쇼트트랙 네 종목(남녀 1,000mㆍ남녀 계주)을 비롯해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알파인 스키 남자 대회전 등에서 금빛 사냥에 나선다.
삿포로=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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