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공동작업장 4곳서
제빵ㆍ비누ㆍ원예수업 등 진행
일자리 창출 매개 역할 톡톡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 임대아파트 단지. 전동 휠체어를 탄 마문숙(65)씨가 집밖으로 나와 자리를 잡았다. 그는 2005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뇌병변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그간 국가 지원으로 전동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정작 문제는 휠체어 유지관리였다. 전동 휠체어 특성 상 단순 고장이나 소모품 교체에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다. 1년에 서너 차례 수리와 점검을 받는 일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마씨의 고민은 서울 강남구청이 2009년부터 제공하는 ‘휠체어 보장구 수리 지원’ 서비스를 통해 말끔히 해결됐다. 관내 장애인들에게 전동ㆍ수동 휠체어와 전동스쿠터 등의 수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휠체어 이용자가 동주민센터에 수리를 의뢰하면 4개 전문업체 직원들이 장애인이 원하는 장소를 직접 찾아 처리해준다.
마씨도 이날 강남구청이 파견한 기술자를 만나 배터리가 꺼지고 바퀴에서 소음이 나는 현상을 해결했다. 마씨는 “일주일에 서너 차례 병원을 가야 하는데 휠체어가 고장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강남구청의 복지서비스 덕분에 큰 고민을 덜었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해 고정수입을 갖기 어려운 장애인들에겐 휠체어 수리비 지원도 큰 도움이 된다. 강남구청은 수급자 및 차상위 장애인에게 최대 25만원, 일반 장애인에겐 최대 20만원의 수리비를 지원한다. 지난해 혜택 받은 이들은 360명, 금액으로 환산하면 5,034만5,000원에 달한다.
30년 전 사고로 하지(下肢)기능 2급 판정을 받고 전동스쿠터를 타고 있는 배재인(70)씨도 이날 스쿠터 소모품을 무상 교체했다. 그는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는 큰 액수가 아닐지 몰라도 우리 같은 장애인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국 69개 자치구 평가에서 종합 1위에 오른 강남구는 전체 예산의 40%를 사회복지 분야에 투입해 장애인과 노인, 청소년, 신혼부부 등 돌봄이 필요한 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경로당 공동작업장 운영이 대표적이다. 강남구는 경로당이 노인들 친목센터에 머물지 않고 일자리 창출의 매개가 될 수 있도록 4개 공동작업장에서 제과, 제빵, 비누, 원예수업 등을 진행한다. 노인들은 이 곳에서 직접 제작한 물건을 온라인 등을 통해 판매한다. 특히 체험 프로그램에 일정 시간 이상 참여한 노인들을 보조교사로 활동할 수 있게 해 성취감도 높이고 있다. 삼성동 봉전경로당 원예수업에서 첫 보조교사로 나선 정길수(75)씨는 “예전에는 집에만 있어서 무료했는데, 이제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출산장려를 위해 첫째 아이 출산 때 5만원 상당의 선물을 주고,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학교보안관 3,600여명이 초등학교 33개교, 중학교 25개교 일대를 순찰하는 등 다음 세대를 위한 지원에도 열심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노인 빈곤층 국민건강보험료 지원, 저소득층 대학생 학비 지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전국 최초 설치 등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복지사업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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