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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이후, 인형뽑기방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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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이후, 인형뽑기방 어찌하오리까

입력
2017.0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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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야간 출입 금지이지만

경찰 “무인 시설이라” 단속 주저

5000원 넘는 불법 경품에도

“육안으로 어떻게 아나” 뒷짐

“한밤에 말리는 사람 없어요”

절도 등 청소년 탈선 우려

’밤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금지’라고 쓰인 서대문구의 한 오락실에 밤 늦도록 청소년들의 출입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곽주현 기자
’밤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금지’라고 쓰인 서대문구의 한 오락실에 밤 늦도록 청소년들의 출입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곽주현 기자

직장인 A(32)씨는 지난달 말 늦은 밤, 서울 신촌 번화가에서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인형뽑기방’으로 우르르 몰려들어가는 걸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가게 입구에 분명 ‘밤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있었지만, 제지하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A씨는 증거 사진을 찍어 곧바로 인근 파출소에 알렸다. 경찰은 A씨에게 ‘모든 내사 및 수사 개시가 불가하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무인 인형뽑기방’이 청소년들의 새로운 야간 아지트가 되면서 자칫 탈선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소년 출입 제한시간 등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경찰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사실상 단속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현행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인형뽑기’로 불리는 크레인게임기 사업장은 청소년 이용시간에 제한을 둬, 오후 10시 이후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제공되는 경품도 사행성 억지 차원에서 5,000원을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용시간 위반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경품 금액 위반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런데도 경찰 단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무인 뽑기방의 경우 오후 10시 이후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 청소년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장에 없던 업주를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금지’라는 공지를 명시하는 것만으로도 업주는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 육안으로 기계에 들어있는 인형이 5,000원 이상인지 이하인지 또는 가짜 제품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시민들이 증거 사진을 찍어 신고를 해도 쉽게 처벌할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밤 늦은 시간에 청소년들이 마음대로 이용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건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방치가 청소년들이 밤 늦은 시간까지 번화가를 떠돌게 부추기고 있다. 실제 19일 자정이 다 된 시간까지 친구들과 인형뽑기에 몰두하던 최모(15)양은 “딱히 출입을 말리는 사람이 없고 인형뽑기가 위험한 게임도 아니라고 생각해 들어왔다”고 말했다. “출입이 안 되는 PC방 대신, 야간 만남의 장소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성인 취객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폭력 범죄에 휘말리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인형뽑기방 대부분이 유흥가 등에 몰려 있어 늦은 시간 취객들이 자주 찾으면서 불미스런 일이 잦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일 광주에선 A4용지보다 조금 큰 뽑기 기계 구멍으로 팔과 얼굴을 넣어 인형 7개를 훔친 10대 등 5명이 경찰에 잡히는 등 절도 범죄로도 이어지고 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늦은 시간 아이들이 그런 곳을 돌아다니도록 방치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고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며 “법의 사각지대라 경찰이 못한다면 지방자치단체 쪽에서라도 청소년 지도사 등 인력을 확충해 아이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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