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日언론, 북한식당 여종업원 집단탈출후 김정은이 격노해 지시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추정되는 북한의 해외공작 총괄기구인 정찰총국이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 한국인 납치를 위한 부대를 파견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사실일 경우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거주하는 한국 동포들의 안전을 더욱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20일 라오스와 말레이시아에 거점을 둔 북한 정찰총국이 지난해 여름 김정은 정권에 해를 끼치는 한국인들을 습격ㆍ납치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와 중국에 부대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산케이는 이 조치의 배경과 관련, 지난해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탈출이 발생하고 미국 정부가 제재대상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까지 포함시키자 김 위원장이 격노해 “백배 천배의 보복”을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최고존엄을 훼손하는 자의 제거나 보복이 정찰총국의 절대명제”라고 전하고 있다. 일례로 2014년 말 김정은의 암살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든 미국 소니픽쳐스가 사이버해킹 공격을 당한 것도 정찰총국의 보복으로 분석됐다. 때문에 이번 김정남 살해도 최고존엄을 위협하는 존재였다는 점에서 정찰총국이 총력을 다해 매달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찰총국은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 노동당 산하 작전부, 35호실 등 3개 기관 공작 업무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2009년 2월 출범했다. 통합 이전의 노동당 35호실은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을 기획했고, 인민무력부 정찰국은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파 테러와 1996년 동해안 무장간첩 침투사건 등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09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 기도, 2010년 천안함, 연평도 포격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며 대남 도발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이 같은 도발을 주도한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대장으로 진급한 뒤에는 2015년 8월 비무장지대에서의 목함지뢰 폭발 및 연천 포격 사건을 배후 조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김영철이 김정은에게 직접 보고를 올리는 가장 신뢰받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정찰총국은 외화벌이도 중요임무로 지정돼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연간 1조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형인터넷쇼핑몰(인터파크)의 회원정보 1,000만건의 고객정보를 해킹하고 3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디지털 가상화폐)를 요구한 사건도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파악됐다. 일본 언론들은 정찰총국과 함께 충성경쟁에 매몰된 국가안전보위성이 김정남 암살의 극단적인 수단을 강행했다는 견해도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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