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억대의 관리비를 횡령, 수개월 간 입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는데도 관할 구청이 수수방관, 결국 경찰이 먼저 입건하는 촌극을 빚고 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20일 대구 동구 용계동 A아파트 전 입주자 대표 김모(59)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장을 맡은 김씨는 2014년 9월12일부터 2015년 12월15일까지 아파트 관리비 운영 계좌에서 송금, 인출 등 총 11회에 걸쳐 1억 3,804만원을 빼돌린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횡령금을 딸 결혼 비용, 생활비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 조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12일 횡령금을 모두 변제했으나 아파트관리단과 대구 동구청 등 관련 기관단체는 모르쇠로 일관,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경찰 조사는 지난해 10월31일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횡령 등이 의심 된다’는 주민 신모(56ㆍ현 입주자 대표 회장)씨의 진정으로 시작됐다. 그런데도 아파트 관리단은 김씨가 입건될 때까지 횡령 사실 고지는커녕 내용 확인도 회피했다.
일부 주민들이 횡령금 사용처를 알기 위해 외부회계감사 격인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에 의뢰하려 했으나 올해 신임 회장인 신씨가 “경찰에 문의하라”며 감사에 필요한 아파트 관리규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관리규약을 확보하기 위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관할 구청인 동구청 주택과에 해결을 요구했으나 ‘해당사항 없다’는 회신만 받았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민들은 ‘이해관계인은 집회의사록을 보관하는 자에게 그 열람을 청구하거나 자기 비용으로 등본의 발급을 청구할 수 있으며 열람이나 등본 발급을 거부한 경우 소관청(시장, 군수, 구청장)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집합건물법 제66조 2항 3호’를 근거로 다시 동구청에 요청, 자료를 확보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소규모 아파트의 경우 비의무 단지로 관할 구청의 손을 벗어난 사각지대”라면서 “향후 입법 등으로 보충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부터 6번이나 구청에 항의했다는 한 주민은 “우리가 직접 법령을 찾지 않았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관할 구청이 도와주지 않으면 대체 누가 도와줄 수 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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