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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구의 반격…“기울어진 운동장? 운동장이 다른 것!”

입력
2017.02.2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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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협 견제에 “은행에도 불특정금전신탁 허용해야” 직격탄

금투협 겨냥해 “농구장에서 축구 하면서 손까지 쓰겠다는 것” 비유

은행연합회ㆍ금융투자협회 수장 간 주거니 받거니 싸움 ‘점입가경’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은행연합회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은행연합회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연합뉴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연합뉴스

은행권과 증권업계를 각각 대변하는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수장들이 업계의 ‘밥그릇’과 직결된 금융규제 변경을 앞두고 연일 각을 세우고 있다. “현행 규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는 증권업계의 선공에, 은행권이 이번엔 “애초 쓰는 운동장이 다른데, 모르는 소리”라며 맞불을 놨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산업과 금융산업 현안’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현재 업권별로 업무영역을 나눠 놓은 ‘전업주의’ 규제를, 장벽을 없앤 ‘겸업주의’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골자였지만 이날 하 회장의 발언 곳곳엔 증권업계를 겨냥한 ‘송곳’이 즐비했다.

신탁업법 관련 발언이 대표적이다. 하 회장은 “금융당국이 신탁업법을 손질하려면 ‘불특정금전신탁’이나 ‘수탁재산집합운용’을 은행에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탁업은 예금, 주식, 부동산 등 신탁자의 다양한 재산을 수탁자가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애초 독립돼 있던 신탁업법이 2009년 금융투자업계를 관할하는 자본시장법에 흡수됐는데,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다시 독립적인 신탁업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 가운데 불특정금전신탁은 투자를 수탁자 재량에 맡기는 상품으로 증권사의 자산운용상품과 비슷하다. 때문에 금융투자협회는 “고유영역 침범”이라며 사활을 걸고 (은행의 진입을) 막겠다는 입장인데, 하 회장이 직접 이를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하 회장은 최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증권사에 ‘법인 지급결제 및 외국환 업무’를 불허하는 규제를, “기울어진 운동장”에 빗댄 것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지금 우리 금융산업은 은행은 축구장, 증권은 농구장, 보험은 배구장에서 각각 경기하라는 전업주의”라며 “운동장이 다른 것인데 기울어졌다는 건 농구팀이 축구장에서 손까지 쓰겠다는 말”이라고 일갈했다. ‘두 업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친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농구, 축구, 배구를 함께 할 수 있는 종합운동장 격인 겸업주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두 업계의 공방은 격화되는 양상이다. 올 들어서만 금융당국의 신탁업법 개정 방침에 ‘하 회장의 환영’(1월 18일 기자간담회)→’황 회장의 반발’(2월 6일 기자간담회) 및 은행권을 겨냥한 금투협 보고서 발표(9일)→’하 회장의 재반격’(20일) 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하 회장은 “생산ㆍ효율성이 낮은 은행이 타 업권을 침범하고 있다”는 은행권을 겨냥한 금융투자협회의 보고서(본보 11일자 13면)에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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