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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정남 독극물’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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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정남 독극물’의 실체

입력
2017.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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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암살에 사용되는 독극물 제조는 고도의 기술과 보안이 요구돼 통상 각국의 정보기관이 담당한다. 그중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진 곳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그 전신 KGB다. 1930년대부터 전담연구소까지 설치해 치료 불가능한 새로운 종류의 독극물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KGB 요원 출신으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독살을 우려해 크렘린궁에서 식사할 때 보안요원을 입회시킨다고 한다.

▦ 2006년 푸틴의 심기를 건드린 FSB 전직 간부가 영국 런던의 호텔에서 차를 마신 뒤 쓰러졌다.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사건은 그의 소변에서 ‘플로늄210’이란 물질이 검출돼 독극물 테러임이 드러났다. 원자로와 입자가속기에서 1년에 100g만 생산되는 희귀 방사능물질인 플로늄210은 인체에서 내장과 백혈구를 파괴하는 ‘초소형 핵폭탄’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의 연구로 확인됐다. 2004년 감기 치료 중 사망한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8년 뒤 진행된 수사에서 이 물질이 검출돼 독살설의 근거가 됐다.

▦ 김정남 피살 사건에 사용된 수법이 과거 KGB가 실행한 독극물 암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59년 우크라이나 민족지도자로 독일에 망명 중인 스테판 반데라가 집 앞에서 괴한이 뿌린 스프레이를 들이마시고 쓰러진 뒤 숨졌는데, 후에 KGB 소행으로 밝혀졌다. 청산가스를 내뿜는 이 스프레이는 심장 발작을 초래해 피살 대상이 마치 심장마비로 자연사한 것처럼 고안된 무기였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시신 첫 부검에서 사인을 규명하지 못한 이유가 당시 소련의 암살작전처럼 정교하게 고안된 독극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김일성 일가의 심장병 병력까지 치밀하게 계산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한다.

▦ 청산염이 물이나 산과 결합하면 무색의 액체인 청산(HCNㆍ시안화수소)이 된다. 청산은 쉽게 기화돼 청산가스가 되며, 대량으로 흡입하면 호흡곤란과 심장 발작을 일으켜 10분 내에 사망한다. 여성 2명이 김정남 얼굴에 분사 혹은 투입한 독극물이 청산가스라면 짧은 시간에 증발하거나 혈액에 소량 남아 있더라도 채취가 어려울 수 있다. 부검에서 독극물 흔적이 검출되지 않으면 사인은 오리무중이 될 수밖에 없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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