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이 운영난 등을 이유로 대폭 축소했던 세종의원의 진료시스템을 확대해 잃어버린 신뢰 회복에 나선다.
20일 충남대병원에 따르면 현재 가정의학과 1명만 상주하며 진료하고 있는 세종의원 규모를 소아청소년과와 일반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등 5개 과로 확대 운영한다.
충남대병원은 10세 이하 아동을 포함한 24시간 응급의료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중증 응급환자는 대전 문화동 충남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신속히 이송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충남대병원은 이를 통해 아우성이 끊이지 않는 응급의료 공백 해소에 일부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세종의원의 기능 강화에 따라 예상되는 연간 운영비는 10억원 정도로 이 가운데 충남대병원이 5억5,000만원, 세종시가 4억5,000만원을 부담키로 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의 개원 시기가 당초 2018년 상반기에서 2019년 하반기로 늦춰진 만큼 최소 2년 정도는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충남대병원은 1-4생활권(도담동) 의료시설부지(3만5,261㎡)에 연면적 7만4,000㎡, 지하 3층~지상 11층, 500병상 규모로 건립된다. 이 곳에선 암ㆍ여성의학센터 등 9개 특성화센터가 운영되고, 내ㆍ외과계와 특수계 등 12개 부문의 진료가 이뤄질 계획이다.
수준 높은 의료에 목 말라 있는 시민들은 세종의원의 확대 운영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3년 전 세종시 신도심에 둥지를 튼 이모(41)씨는 “처음 왔을 때보다 병원이 많이 생기긴 했지만 이왕이면 일반 병원보다는 충남대병원의 의사들이 진료를 더 잘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진료과목이 대폭 줄면서 유명무실하게 운영돼 온 세종의원을 지켜봤던 시민들은 미심쩍은 마음을 떨칠 수 없다. 세종의원은 야간 응급진료까지 하는 시스템을 갖춰 2013년 3월 개원했다. 한 때 최대 15개 과목으로 진료하다가 적자 가중과 서비스 불만 등으로 최근 2년 새에 가정의학과 하나만 남긴 채 형식적으로 운영돼 왔다.
세종의원이 5개 진료과목만으로 기본적인 응급의료 수요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다소 냉소적인 시선도 있다. 박모(52)씨는 “야간에 갈 만한 곳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대전이나 청주까지 가야 하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그 동안 유능한 진료진을 꾸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어 애를 먹었다”며 “일단 세종충남대병원 개원 전까지 중부권 대표의료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판단에 규모 확대를 결정지었다. 앞으로 운영의 묘를 살려 최대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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