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북한 정권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1.5 트랙’(半民半官ㆍ반민반관) 대화를 위한 물밑 접촉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성사되면 트럼프 정부 들어 첫 접촉이지만,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피살 사건 등 상황변화로 무산 가능성도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북한이 수주일 안에 ‘반민반관’ 대화를 갖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준비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번 대화는 도널드 자고리아 미 외교정책위원회(NCAFP) 부회장이 주선했으며 북한에서는 정부 관리들이, 미국에서는 트랙2(민간채널 접촉) 대화에 참여했던 전직 관리들이 각각 참여할 예정이다.
북한 대표팀을 이끌 관리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이 거론되고 있지만, 국무부가 아직 트랙1.5 대화에 참여할 북한 관리들의 비자를 승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WP는 이와 관련, ‘북한이 최근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의심되는 김정남의 말레이시아 피살 사건으로 인해 대화 성사여부가 더욱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소식통도 “북한 관리들이 (트랙1.5) 대화에 관심을 표명했는데 아직 아무것도 승인 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WP는 그러나 만약 이번 트랙1.5 뉴욕 대화가 성사될 경우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악화될 대로 악화된 북미관계에 한 가닥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버락 오바마 정부 때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던 북한이 최근에는 거친 표현을 쓰지 않고 있으며, (북한 미사일 도발에)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을 직접 비난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양측 간에 물밑에서 모종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 소식통은 “만약 이번 트랙1.5 대화가 성사된다면 미국 새 행정부에는 흥미로운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인사도 “실제로 대화가 이뤄진다면 이는 양측 모두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북미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접촉한 바 있으며, 북한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에 큰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제네바 접촉에는 미국에서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연구원과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 등이, 북한에서는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 등이 각각 참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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