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 김평우 전 대한변협 회장
다음 기일에 발언기회 주겠다고 하자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 하나” 막말
“함부로 재판을 진행해요? 12시에 변론 끝내야 한다는 법칙 있습니까?”
2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5차 변론기일이 마무리되기 직전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72ㆍ사시8회)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변론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면서 헌재 대심판정이 아수라장이 됐다. 재판부가 다음 기일에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김 전 회장이 “반드시 오늘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방청객까지 합세하며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대심판정 소동’은 이날 낮 12시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재판을 마치겠다고 하자, 갑자기 김 전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시작됐다. 이 권한대행이 “어떤 내용이냐”고 물었고, 김 전 회장은 “시간이 12시가 넘었는데, 제가 당뇨가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 주시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권한대행이 재차 “어떤 내용이냐”고 묻자, 김 전 회장은 “잠깐만요, 제가 말씀 드릴게요. 제가 조금 어지럼증이 있어서 음식을 조금 먹어야겠는데 그럴 시간을 좀 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권한대행이 “그러시면 다음 번에 하시는 걸로 하고 오늘 변론은 마치겠다”고 말했지만, 김 전 회장은 마이크에 대고 “오늘 하겠다”고 버텼다. 재판부가 반드시 이날 변론을 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준비를 해왔으니까 점심을 못 먹더라도 (지금) 변론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권한대행이 그러자 강한 어조로 “김 변호사님, 재판 진행은 저희가 하는 겁니다”라고 제지하며 “다음 번에 충분히 기회 드릴 테니 (오늘은) 마치겠다”고 말렸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저는 오늘 하겠다”며 재판장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연단으로 향했다. 옆자리에 앉은 서석구 변호사가 한 손으로 김 전 회장을 붙잡으며 말렸지만 소용 없었다.
이 권한대행이 직권으로 변론 종료를 선언하고 재판관들이 퇴장하자, 김 전 회장이 “저는 오늘 하려는데 왜 이러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가 준비 다 해왔는데, 12시에 변론을 끝내야 한다는 법칙이 있냐”며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씩을 해요.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냐”고 소리쳤다.
곧이어 방청석에서도 고성이 나왔다. 한 남성이 “(전직) 변호사협회 회장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며 소란을 피웠고, 방호원들이 이 남성에게 다가가 “법정에서 예의를 지켜달라”며 퇴정을 요구했다.
김 전 회장의 돌발행동에 대통령 측 대리인단도 적잖이 당황했다. 이중환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이) 저희들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아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16일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에 합류한 김 전 회장은 2009~2011년 제45대 대한변협 회장을 지냈으며, 1972년부터 7년 동안 판사로 근무했다.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아들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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