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의 탄핵 찬반 집회도 세를 결집하는 총력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과열된 집회 분위기가 자칫 위험 수위를 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광화문광장에서 제16차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는 25일을 올해 첫 민중총궐기이자 전국집중 촛불의 날로 정해 이틀 전(23일)부터 전국 100여 곳에서 집회 참가를 호소하는 ‘48시간 비상국민행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최근 대대적 공세에 나서고 있는 탄핵 반대 집회에 맞서 주말에만 열리던 ‘범국민행동의 날’을 3ㆍ1절에도 개최, 맞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 광장에 모인 촛불 시민들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일제히 촛불을 껐다가 붉은 종이를 대고 불을 켜는 ‘레드카드(퇴장)’ 퍼포먼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의 의미를 짚고, 박 대통령의 조속한 탄핵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시민들은 ‘광화문의 결의’를 함께 낭독하며 “전국의 촛불이여 25일 다시 광화문으로 모이자” “3월 1일 촛불을 들고 힘을 모으자”고 약속했다. 퇴진행동 측은 이날 광화문 일대에 8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면 3개 경로, 헌법재판소 방면 2개 경로, 대기업 사옥이 있는 종로 등 6개 경로로 행진했다.
같은 시간 서울광장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전운이 감돌았다. 군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기존 정당은 다 쓰레기” “계엄령 선포” “의회 해산” “군대여 일어나라” 등 다소 극단적인 내용의 피켓과 목소리들이 세를 과시했다. “박 대통령을 추대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싶다”고 밝히는 등 독자적인 창당에 나서자는 연사들의 주장도 나와, 참석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집회를 주관한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측은 이날 ‘국민저항본부’를 발족하면서 “기존의 평화적인 투쟁을 넘어서는 방식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새롭게)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3월 1일 총력 결집을 예고, 3월 초로 예상되는 탄핵심판 결론 전까지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다는 계획이다. 탄기국 측은 이날 집회에 250만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 국면에서 수세 입장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보수세력 측에서 보다 과격한 목소리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자칫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시내에 경비병력 190개 중대(약 1만5,000명)를 배치, 두 집회 참가자 간 충돌을 사전에 차단했다. 탄기국 집회 참가자 1명이 서울시청 앞에서 무단횡단 도중 경찰에게 제지 당하자 폭력을 행사해 연행되기도 했으나, 양측 간 충돌은 없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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