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중인 사업들에 미칠 영향 차단 총력
위기 상황 감안해 내부 결속 다지기
구속적부심ㆍ보석 신청 쉽지 않을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충격에 휩싸인 삼성그룹이 몸을 낮추며 위기 대처에 주력하고 있다. 진행 중인 사업들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는 한편,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총력 대응을 준비 중이다.
19일 삼성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 임원들은 전원 출근해 특검 수사와 그룹 현안 등을 챙겼다. 지난해 11월 이 부회장이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소환된 이후 3개월째 주말과 휴일을 잊은 비상근무다. 삼성전자 홍보업무를 총괄하는 이인용 사장은 18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이 부회장을 면회하며 대응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17일 밤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임직원께 드리는 글’을 올려 “모든 임직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례적으로 60개 계열사 사장들의 공동명의 글을 게재한 것은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다.
각 계열사 임직원들도 불요불급한 저녁 약속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어떤 방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지만 비상상황인 만큼 자체적으로 술자리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와 관계 없이 오는 26일 예정대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블릿 신제품 갤럭시탭S3를 선보이고, 다음달 29일 미국과 유럽에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를 최초로 공개한다. 총수 부재와 경영 현안은 별개라는 의미다.
이 부회장이 공을 들인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하만 주주총회에서 인수합병(M&A) 안건이 통과돼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치면 올 하반기에는 인수가 마무리된다. 하만 인수엔 국내 기업 M&A 사상 최대인 80억 달러(9조3,000억원)가 투입된다.
이 부회장의 빈 자리를 메울 대타로는 삼성의 2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 등이 거론되지만 삼성 측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 부회장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력투구를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존 미래전략실 법무팀과 법무법인 태평양 이외에도 추가로 변호사들을 선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이 부회장 기소 전 구속적부심이나, 기소 뒤 보석 신청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을 향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데다, 재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오히려 기름을 부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