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39%로 역대 한 달 최하점
9000여명 참가 지지자 대회선
“대변혁 이뤄내겠다” 자신감 표출
언론 “총체적 국정 난맥” 싸늘
러 내통설 정보 유출에 자극받아
요직 인선 ‘충성심’ 최우선 기준
내일쯤 새 행정명령 발표 가능성
취임(지난달 20일) 이후 한 달을 ‘충돌’ ‘혼돈’ ‘좌절’의 세월로 보내버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재출발을 다짐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멜버른에서 9,000여명이 참가한 지지자 대회를 열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변혁을 이뤄 내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1개월을 ‘잃어버린 시기’로 간주하는 한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낙마 이후 흐트러진 내각ㆍ참모 진용을 ‘트럼프 스타일’대로 재편성하는 작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권의 심기일전은 두 가지 갈래로 진행된다. 우선 중간 계층 간부까지 철저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입증된 사람으로 채우는 한편, 비판 언론에 대해서는 끝까지 화해하지 않고 대립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의 업무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공화당 전략가인 마이클 더브케를 백악관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로 영입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이 언론브리핑을 책임지는 대신 더브케 책임자는 트럼프 정권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언론과의 정확한 막후 소통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권력 핵심에서 일할 실무인력 선발에 ‘충성심’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플린 전 보좌관의 ‘러시아 내통설’ 낙마 등 잇단 안보관련 정보의 언론 유출에 자극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안보보좌관 선임 과정에서 가장 큰 우선 순위를 충성심이 검증된 실무진 구성에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저열한 제보자’를 색출해 내겠다고 경고한 것도 무관치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로버트 하워드 전 합동참모본부 부의장이 고심 끝에 안보 보좌관 자리를 거절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워드 부의장에게 실무진 구성의 전권을 위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공화당 진영의 외교전문가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트럼프 정권이 행정부 주요 요직 인선의 최우선 기준을 충성심으로 삼고 있다”며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사소한 내용이라도 부정적 견해를 제시했던 전문가들은 인선 작업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대통령이 임명해야 할 연방정부의 4,000여개 요직이 이런 인선기준으로 제때 채워지지 않고 있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진영은 비판 여론을 수용하는 대신, 지지자들을 내세워 각을 세우는 방향으로 잃어버린 국정 주도권 회복을 노리고 있다. 전날 트위터를 통해 ‘언론은 미국인의 적’이라고 주장한데 이어, 멜버른 집회에서도 “지난 한 달간 ‘가짜 언론’이 매일 거짓말을 쏟아 냈다”고 비난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경을 튼튼하게 지키고, 일자리를 만들고 오바마케어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열성적 지지자로 구성된 청중들은 대통령의 주류 언론 비판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구체성이 결여된 ‘미국 일방주의 정책’에도 여전히 환호성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동안 확인한 ‘풀뿌리 지지’를 바탕으로 수세에 몰렸던 이민 규제에 다시 나설 방침이다. 미국 사법부가 1, 2심 연속으로 제동을 건 기존 ‘반이민 행정명령’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대신, 문제소지를 없앤 새로운 행정명령을 21일쯤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영주권자가 제외된 것만 다를 뿐 여전히 이란과 이라크 등 아랍권 7개국 출신 여행자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정권의 새로운 출발 모색에 대해 미국 언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취임 1개월을 ‘반이민 행정명령’, ‘러시아 내통설’등으로 얼룩진 ‘총체적 국정난맥’기간으로 간주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 변경을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위한 조치라고 자랑하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 폐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등도 재고 돼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에도 불구, ‘러시아 내통설’이 탄핵 등 정권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취임 1개월이 지나도록 완벽한 내각 진용을 구축하지 못하는 등 좌충우돌을 거듭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39%까지 떨어졌다. 취임 한 달 대통령으로서 역대 최저다. 반대파의 치기 어린 장난 정도로 치부됐던 ‘트럼프 탄핵’ 웹사이트(impeachdonaldtrumpnow.org)의 서명자 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 이날 현재 89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진할 것이라는 도박사이트 베팅이 늘고 있다고 전한 것도 이런 출발과 관계가 깊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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