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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가진 한국인, 복 받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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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가진 한국인, 복 받은 것”

입력
2017.02.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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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어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인도 출신 스리잔 쿠마르씨

경희대 국문과 박사학위 받아

스리잔 쿠마르씨가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2016학년도 학위수여식을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스리잔 쿠마르씨 제공
스리잔 쿠마르씨가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2016학년도 학위수여식을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스리잔 쿠마르씨 제공

“한국어로 모든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한국인들, 정말 복 받은 거예요.”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열린 2016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국문학과 박사 학위를 받은 인도 출신 스리잔 쿠마르(SRIJAN KUMARㆍ32)씨의 ‘한국어 예찬’은 남달랐다. 공식 언어만도 22개에 달하고, 실제 사용하는 언어는 1,600개에 육박하는 인도에 비해 한국에선 단 하나의 언어로 모든 이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데 대한 놀라움 때문이다.

쿠마르씨는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인도에선 ‘모국어’ 대신 ‘공식 언어’라는 표현을 쓴다”며 “힌두어가 제1공식어인데도 학교에선 영어로 교육하고 지역마다 쓰는 언어도 다르다 보니, 나를 포함한 젊은 인도인들은 어느 언어도 유창하게 못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가 한국어에 빠진 건 12년 전. 부모의 뜻에 따라 고위 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인도 명문대학인 네루대에 입학했다가, 우연히 한국어과에 배정되면서부터다. 쿠마르씨는 “성적을 잘 받으려고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새 세상이 열렸다”고 회상했다. 특히 부탁할 때 쓰는 ‘∼해 주다’라는 표현은 다른 언어에는 없지만, 힌두어와 한국어에서만 쓰는 등 두 언어에서 공통된 감정이 느껴져 더 흥미로웠다고 했다.

2013년부터 시간강사로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에게 힌두어를 가르쳐 왔던 그는 지난해부턴 전임교수로 교단에 섰다. 올해로 ‘학생 겸 교수’의 이중생활을 끝내게 된 그는 “박사 과정 도중에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고생했던 일을 생각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교수라는 좋은 직업을 얻었지만, 마음속엔 더 큰 꿈이 피어나고 있다. “나중엔 인도로 돌아가 한국과 인도의 언어 유사성을 알리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더 나아가 두 나라 전반의 관계가 발전하는 데도 한몫을 하고 싶습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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