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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 ‘김정남 피살’ 침묵 모드

입력
2017.02.1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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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안보회의서 한중 회담

왕이 “논의 없었다”단호

김정남과 관계 탓 피한 듯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 김정남 피살 사건이 사실상 논의되지 못했다. 김정남이 중국 정부와 정치적으로 미묘한 관계에 있었던 측면에서 한중 양국이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중국측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18일(현지시간) 뮌헨의 한 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이 터진 지 불과 닷새도 안된 시점이었지만, 양측 모두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한 언급은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왕 부장은 이날 회담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와의 논의가 있었는지를 묻자, 두 손을 가로저으며“없었다(No)”고 단호하게 답했다. 북한 김정은의 지시에 의해 김정남이 살해됐다는 관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도 왕 부장은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투로 웃으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우리측도 이번 회담에서 김정남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는 없었다고 입장이다. 이날 회담에 배석한 외교부 당국자는“북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간략한 언급은 있었지만,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중 간 최우선적 의제인 북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김정남 사건에 대한 언급이 이뤄졌지만, 논의라고 할만한 수준은 못 된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 일본과의 회담에서 김정남 사건이 비중 있게 다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16일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윤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김정남 피살 사건을“매우 비상한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윤 장관은 회담에 앞서 취재진에게“(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의 성향을 다시 한번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대북제재ㆍ압박의 명분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중국과의 회담에서는 우리측의 이 같은 의도가 먹히지 않은 것이다. 중국은 최근 들어 부쩍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남 피살 사건을 대북 압박의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한국 정부와 이 사건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중국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할 수 있는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김정남과 중국 정부 간 복잡 미묘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북한문제 주요 당사국인 한국과의 공식 석상에서 이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한 것 같다”고 전했다.

뮌헨=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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