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판하며 “지체없이 시신을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북한 대사관은 17일 공식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가 (김정남의) 시신 부검을 강요했다”며 “결과를 명확하게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말레이시아 측이 적대 세력과 유착해 공화국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무언가를 숨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은 말레이시아 경찰에 북한인 시신의 즉각 인도를 요청했지만 말레이 경찰은 부검이 우선이라며 거부한 바 있다.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16일 “북한 대사관이 사망자는 김정남이라고 확인했다”며 시신을 북한에 인도할 것을 시사했으나 17일 말레이 경찰당국은 “유족의 DNA 샘플을 전하는 측에 시신을 인도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북한 정부가 직접 시신의 신원을 김정남이라고 인정한 바는 없다.
한편 김정남을 암살한 용의자들이 범행을 최소 3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기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본 NHK방송은 17일 “15일과 16일 경찰에 각각 붙잡힌 도안 티 흐엉(29)과 시티 아이샤(25)가 1~3개월 전 ‘장난 동영상을 촬영하자’는 아시아 남성의 제안을 받고 (범행) 연습을 했다”고 전했다. 김정남 암살을 지휘한 윗선이 있으며 일당이 사건 직전까지 철저한 계획에 따라 움직였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경찰은 도주중인 남성 용의자 4명의 체포 여부가 암살 배후를 밝혀내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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