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와 일체 접촉 끊고 잠적
中당국 보호 아래 은신 추정
“안전한 곳에 있다. 더 이상 찾지 마라. 그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김정남 가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마카오 현지 분위기다. 17일 오후 마카오에서 만난 현지 소식통은 “아들 한솔 등 김정남 가족은 지금 마카오에 있다”며 “지금 있는 곳이 아마도 가장 안전한 곳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보호 아래 은밀한 은신처에서 김정남 암살 이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로, 그는 “괜히 기자들이 그를 찾아내 거처가 드러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카오 소식통 말을 종합해보면, 한솔을 포함한 김정남 가족은 암살 사건이 알려진 직후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거처로 급히 주거지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과거 독재자라고 칭하기도 했던 한솔은 김정남 직계라는 점에서 김정남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 실제 현재 마카오 내에서 이들 가족의 흔적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 현지 소식통은 “김정남이 한솔의 진로에 대해 상의를 하기 위해 마카오로 오는 도중에 암살을 당했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돌았다”며 “가족으로서는 충격은 물론 본인들 신변에도 위협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솔은 2013년 가을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 입학, 작년 여름 3년간 학사 과정을 마치고 졸업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등록은 하지 않은 채 마카오로 급히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 가족과 친분이 있다는 한 교민은 “한솔은 공부를 더 하고 싶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 역시 “한솔은 워낙 공부하는 것 자체를 좋아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솔은 2012년 10월 보스니아의 한 국제학교 재학 중 핀란드 공영방송 ‘YLE’ TV 인터뷰에서 할아버지인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삼촌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독재자(Dictator)라고 칭한 것 때문에, 신변 안전에 상당한 위협을 느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주의를 선호한다’고 밝히는 등 북한 체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도 있다. 2013년 12월 김정남 후견인인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숙청되면서, 재학 중이던 파리정치대학 기숙사 우편함의 이름표를 떼고 주변인들과의 교류를 사실상 끊기도 했다. 한 소식통은 “장성택 숙청 이후 노출을 자제하는 경향이 마카오로 돌아와서도 이어진 듯하다”고 했다.
교민 사회에서는 특히 “아버지의 시신 인수를 두고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이미 김정남 시신을 인도하겠다고 말레이시아 측에 요구한 상황이지만, 한솔 등 가족 측에서도 중국 정부를 통해 시신을 인도 받아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민은 “만약 북한으로 시신이 간다면 가족들 입장에서 목숨을 걸고 북한으로 들어가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건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마카오=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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