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이례적으로 전 차종 모든 시트에 대해 보증수리를 발표한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큰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보증수리가 출고 후 6개월 이내 차량으로 한정되고 개선품이 아닌 동일 제품으로 단순교환 하는 서비스는 미봉책에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현대차는 지난 9일 그랜저 IG 일부 차주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이 자리에서 그랜저 뿐 아니라 차종을 불문하고 출고 후 6개월 이내 전 차종, 모든 시트에 대해 보증수리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내용을 이날 오후 현대차 공식 블로그에 게재하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다만 현대차는 보증수리 적용 여부는 사용 기간, 주름의 정도, 지속성 등 차량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자동차 생산업체 입장에서 다소 이례적인 시트 보증수리 발표는 지난 2일 신설된 현대차 영업전략실 주도로 이뤄진 첫 간담회를 통해 발표된 결과로, 소비자 반응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사례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이번 결정에도 소비자들의 원성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간담회에 참석했다는 A씨는 "현대차 측 관계자들은 그랜저 IG에 천연 가죽 시트가 사용됐고 특성상 하중에 의해 늘어나며 인조가죽에 비해 복원 속도가 느리고 하중부에 집중반복 부하에 따라 주름이 발생하는 것은 정상”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또한 “시트 가죽의 접촉이 많은 부위와 오르내리는 부위에 주름 및 마모가 발생하는 현상은 천연가죽의 고유 특성”이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이 밖에도 간담회에 나온 관계자는 “주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급 가죽에 화학적인 처리를 반복함으로 천연가죽의 장점인 부드러운 질감과 안락함을 반감 시키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증수리 시 동일 부품으로 교체가 된다”라는 설명을 들었다.
현대차는 간담회 자리에서 가죽의 재질이 일부에서 보도된 원가절감 문제와 상관이 없으며 납품 업체 역시 문제가 있는 회사가 아니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이 같은 이례적인 행보에도 소비자들은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B씨는 “간담회 결과에 대해 구매자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과 함께 분노를 느낀다”며 “출고 후 6개월 안에 우는 시트에 대해 교환을 해준다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고 그마저도 사용 기간, 주름 상태에 따라 판단한다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올 뿐이며 시트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 상태에서 동일한 제품으로 교체를 해주겠다는 것은 구매자들을 두 번 죽이겠다는 것인지”라고 말했다.
현대차 구입자 C씨는 “보증수리가 동일제품으로 교환이라면 금방 또 쭈글 거릴 텐데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하네요. 그냥 여론 잠재우기로밖에 안보여요.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해 주세요”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현대차 구입차 D씨는 “고급가죽에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면 제네시스나 에쿠스 보다 더 훌륭한 가죽인가 보네요. 개선을 못할 망정 현대차 판단에 따른 동일 제품교체 ㅋㅋ”라며 비난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22일 출시와 함께 공식 판매에 돌입한 현대차 6세대 그랜저(프로젝트명 IG)는 2주간 진행된 사전계약에서 2만7,000여대의 계약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 역대 최다 사전계약 실적을 경신했다. 현대차 그랜저는 지난해 1만8,500대가 판매된 데 이어 지난달 1만586대가 팔리는 등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김훈기 기자 hoon149@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