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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파동, 합병 홍역, 갤노트7 단종… 이재용 시련의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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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파동, 합병 홍역, 갤노트7 단종… 이재용 시련의 3년

입력
2017.02.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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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1.9평 독방서 고뇌의 시간

‘삼성가(家) 3세’라는 왕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28일만에 다시 서울구치소에서 긴 밤을 보내야 했던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끝내 구속됐다. 2014년 5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며 경영 전면에 등장한 지 약 2년 9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은 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굳은 표정으로 구치소에 배정된 독방에 수감된 후 고뇌와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입사하며 삼성맨으로 첫발을 뗐다. 이후 약 10년 만인 2001년 상무보로 승진했고, 임원직을 차례로 밟아 2012년 부회장이 됐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입원하면서 그가 자연스럽게 그룹 경영의 배턴을 이어받았다. 이듬해 5월에는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 회장이 맡았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새롭게 선임되며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지난 3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이사장을 맡은 지 한달 만인 2015년 6월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데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곧이어 추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로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가까스로 벗어났고, 지난해엔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야 했다. 이날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 총수 첫 구속’이라는 불명예까지 지게 됐다.

이 부회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독방은 6.56㎡(약 1.9평) 크기로 세면도구와 모포, 식기세트 등만 구비된 독거실이다. 하늘색 수의를 착용한 그는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하며 다른 수감자들과 동일한 생활을 해야 한다.

이 부회장으로선 인생에 가장 큰 역경을 맞았지만 지금까지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인 만큼 재판을 잘 준비하고 기업경영을 돌아보는 ‘생각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이 일련의 사태로 미래전략실 중심의 과거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라며 “이를 교훈 삼아 그룹 경영을 각 사 경영진에게 믿고 맡기는 식의 시스템 변화를 꾀한다면 장기적으로 삼성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치소로 향하는 차량에 오르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치소로 향하는 차량에 오르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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