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향 버릴 수 있나” 반대에
“신성장 동력 마련해야”팽팽
예정지 부동산 호가 들썩
●화성
“미 공군 사격장 없어진 자리
군 공항 이전 말도 안돼”
“보상 기대ㆍ개발호재”의견도
정치권은 지역구 따라 갈려
‘군 공항 유치는 미친 짓이다’, ‘백년대계 통합공항 유치’
17일 낮 12시쯤 경북 군위군 우보면 일대 도로에는 대구공항 이전을 두고 갈라진 민심을 보여주듯 찬반이 대립되는 현수막 수십 개가 어지럽게 내걸려 있었다. ‘우보면’과 ‘군위군 소보면ㆍ의성군 비안면’은 전날 통합 대구공항(군 공항+민간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복수 선정됐다.
후보지에서 만난 주민들도 정부 발표를 놓고 입씨름이 한창이었다. 소보면 노인회 어르신들은 “주민 80% 이상이 반대한다”고 얼굴을 붉혔다. 김모(81)씨는 “턱없이 낮은 보상비로 다른 곳에 정착하기 힘들 것”이라며 “고향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반면 의성군 비안면 주민들은 생각이 달랐다. 박정대 통합신공항유치 공동위원장은 “농업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했다. 김주수 의성군수도 “고령화 등으로 활력이 떨어진 의성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의견을 하나로 모을 것”이라고 유치에 자신감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은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었다. 군위군 우보면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장모(45)씨는 “땅을 내놨던 농민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성군 비안면 농지는 하루 만에 호가가 수직 상승하기도 했다. 3.3㎡당 6만~7만 원 하던 농지가 10만 원 이상으로 뛰었지만, 팔겠다는 토지주는 없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화상담도 3배 정도 늘어났다고 한다.
수원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인 화옹지구를 둔 화성시의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화옹지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1991년부터 서신면 궁평항에서 우정읍 매향리까지 9.8㎞의 바닷물을 막아 간척농지 4,482만㏊ 등을 조성 중인 곳이다. 과거 55년간 미 공군 사격장(쿠니사격장)으로 쓰이며 소음피해 등에 시달렸던 매향리 주민들은 군 공항 이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쿠니사격장 폐쇄에 앞장섰던 전만규(61) 당시 주민대책위원장은 “수십 년간 투쟁하며 쌓아 올린 모든 것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전 위원장은 화성환경운동연합 등과 반대대책위를 꾸리고 28일 국방부 상경집회를 예고했다. 대책위는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취소와 ▦국방부장관 사퇴 ▦국무조정실장 각성 등을 요구했다.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도 찬성하는 주민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전부지에 막대한 보상을 기대하는 심리 탓이다. 수원시는 군 공항부지 개발이익금 5,111억 원을 ‘당근책’으로 제시했다. 현 공항과 접한 화성시 병점동 등 동부지역 주민들도 개발호재가 되길 원하고 있다. 지역정치권은 여론에 따라 갈라졌다. 군 공항 후보지인 서부(화성갑)를 지역구로 둔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수용불가’를 밝혔지만, 동부(화성병)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전에 찬성했다. 권 의원은 “공항을 어디로 옮길지는 정부가 협의하고 조율해야 할 과제”라며 “화옹지구 주민의 희생 만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의성ㆍ군위=권성우기자 ksw1617@hankookilbo.com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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