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여성은 공항 근처서 붙잡혀 꼬리에 불과
美 눈치 보는 말레이는 北에 시신 인도 발표
부검해도 북한 배후 밝힐 증거 찾기 어려울 듯
김정남에게 뿌렸을 최루가스, 청산가리는 어디서든 구해
김정남 피살은 북한 소행이라는 관측이 무성하지만, 여러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사건이 자칫 미궁에 빠질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북한 소행이 아닐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며 경우에 따라 사건 자체가 엉뚱한 방향으로 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범행 후 체포된 2명의 여성 용의자 행적부터가 의문투성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주를 받은 암살단의 일원이라고 밝혔지만, 이중 베트남 여성은 특히 범행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자동차로 기껏해야 10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서 이틀간 묵는 동안 곰 인형을 구입해서 들고 다니고, 호텔 객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등 테러범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문가들은 “남성 용의자 4명의 신원을 확보하지 않는 한 배후를 규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가 부검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에 16일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도 북한 배후설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부검을 통해 북한과 연관된 증거나 의심스러운 정황을 찾았다면, 좀더 시간을 두고 범인을 먼저 잡는 게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우호국인 북한을 배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말레이시아는 미국이 중앙정보국(CIA) 아시아 총본부를 둘 정도로 예의주시하는 곳이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말레이시아는 북한을 각별히 의식해야 할 정도로 허술한 나라가 아니다”라며 “우리와도 관계가 좋고, 무엇보다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남을 죽음에 이르게 한 독성물질 또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사건 당시 여성 한 명은 김정남의 얼굴에 가스를 뿌리고, 다른 한 명은 뒤에서 헝겊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고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맹독성의 ‘VX 가스’라는 추론이 뒤따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VX 가스를 뿌렸다면 범행에 가담한 여성 두 여성도 무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 발표와 목격자 증언 등에 따르면 당시 두 여성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김정남을 향해 정면에서는 최루가스(CS가스) 종류가 분사됐으며 헝겊에 묻은 물질은 청산가리(사이안화칼륨)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북한이 치밀하게 꾸민 살해의 시나리오 치고는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 회장은 “최루가스나 청산가리 모두 어느 나라에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이라며 북한 배후설에 의문을 던졌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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