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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이념 싸움터 된 경산 문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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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이념 싸움터 된 경산 문명고

입력
2017.02.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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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이념 싸움터 된 경산 문명고

“구성원이 반대…철회하라”

보수ㆍ진보단체 교문 앞 대치

교내선 학생ㆍ학부모 반대 시위

학교측 “절차 문제 없어”철회 일축

경북항공고는 철회…1곳만 남아

17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재학생들이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교문 밖에서는 전교조와 태극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 20여 명이 경찰 통제 아래 동시에 집회를 열었다. 경산=연합뉴스
17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재학생들이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교문 밖에서는 전교조와 태극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 20여 명이 경찰 통제 아래 동시에 집회를 열었다. 경산=연합뉴스

“문명고는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즉각 시행하라.” “구성원이 원하지 않는 연구학교 지정 철회하라.”

17일 오전 9시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교문 앞. 학생들의 등교가 끝난 시각임에도 곳곳에서 격한 고성이 오갔다. 이틀 전 학교측이 경북도교육청에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하자, 이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불과 5m 너비의 교문 앞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팽팽히 대치한 것이다.

보수단체 회원들로 보이는 50, 60대 중장년층 20명 가량은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흔들며 “연구학교 지정을 환영한다. 즉각 시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길 건너 편에선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단체 회원 20여명이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라”라고 응수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오전 10시쯤에는 후문에 걸린 반대 측 현수막 3개가 찢어진 채 발견됐다.

욕설이 오가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거세지자 경찰 기동대 90여명이 출동, 찬반 양측을 완전히 갈라놓고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했다. 학교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도 찬반 의견을 담은 글 수십 건이 올라오면서 오후부터는 아예 접속이 차단됐다.

학교 안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시위를 벌였다. 문명고 1, 2학년 재학생 25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 동안 운동장에서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배우고 싶지 않다’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학교 측이 지난 9일 연구학교 신청을 반대한 부장 교사 A씨를 부장 보직에서 해임하고 평교사 B씨가 담임을 맡지 않도록 조치한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B 교사는 지난 6일 동료교사들에게 연구학교 신청 반대 서명을 받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부모와 졸업생들도 집회에 동참했다.

학교 측은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에서 5대 4로 신청 결정이 난 만큼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신청 철회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태동 교장은 “학생들이 특정 단체에 선동돼 집회를 연 것”이라며 “학부모들까지 집회에 나선 것은 교육 현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연구학교 신청학교인 경북 영주시 경북항공고는 이날 연구학교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김병호 경북항공고 교장은 이날 오후 연구학교 신청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소모임 모바일앱에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북항공고는 신청 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지 않은 채 학교장 재량으로 신청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경북 오상고에 이어 경북항공고까지 철회하면서 당초 연구학교를 신청한 3개 학교 중 문명고 1곳만 남게 됐다. 교육부는 이날 경북교육청으로부터 연구학교 지정 신청에 대한 심의결과를 전달받은 뒤 20일 연구학교 지정 결과를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또 희망 학교에 한해 국정교과서를 무료로 받아 보조교재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국정 교과서 무료 배포 계획’도 발표한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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