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간 그리고 다큐멘터리
스튜어트 프랭클린 지음ㆍ허근혁 옮김
토러스북 발행ㆍ216쪽ㆍ2만원
‘페이크 뉴스’가 법석이지만, 따지고 보면 제도권 뉴스 또한 ‘페이크 리얼리티’다. 시점이 전제되는 재현은 결국 연출이자 편집이다. 그렇다면 ‘사실 그대로 당신 눈 앞에 펼쳐 보이겠다’는 약속 아래 존재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은 사라져야 하는가. ‘회화적 사진’은 이에 대한 응답이라 할 수 있다. 진실에 더 가까워지기 위한 연출이라면, 차라리 기꺼이 연출하리라. 일종의 역습이다. 스페인 작가 아나 카사스 브로다의 ‘아이를 낳으려는 욕망’ 연작은 그 결과물이다. 5년간 인공수정과 임신촉진치료를 받은 끝에 출산한 아이는 세상 모르고 게임에 몰두해있다. 작가는 벌거벗은 채 모로 누워 있다. “태아가 최우선이 되어가면서, 자신 신체의 소유와 통제를 잃는 경험과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사적인 초상들”이다. 진한 공감이 일어난다면, 사실인가 연출인가라는 경계선은 무의미하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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