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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생활 불편을 무료로 해결… 수원시 가사홈서비스

입력
2017.02.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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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기술자, 가정 직접 방문

막힌 하수구ㆍ고장난 보일러 척척

홀몸노인 말벗 역할하기도

2012년 4월 서비스 도입 후

1만9715세대 도움 받아

경기 수원시 가사홈서비스 기사가 장안구 한 빌라에서 싱크대 수도꼭지를 수리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경기 수원시 가사홈서비스 기사가 장안구 한 빌라에서 싱크대 수도꼭지를 수리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14일 오후 3시 경기 수원시 장안구 한 빌라 2층 박모(60ㆍ여)씨 집. 50㎡ 남짓 돼 보이는 내부에선 낡은 창문 틈새로 바람이 솔솔 들어와 으스스한 냉기가 돌았다. 고교생 딸(17)이 지낸다는 작은방은 천장에 달린 형광등 수명이 다했는지 한낮인데도 초저녁처럼 어두침침했다. 박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원으로 2년째 딸과 함께 전세를 살고 있다. 술로 속을 썩이던 남편과 10년 전 이혼하고 홀로서기에 나섰으나 형광등을 고치고 보일러를 손보는 등의 집안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런데 수원시가 제공하는 ‘생활밀착 가사홈서비스’ 제도를 이용하면서부터 이런 고충이 말끔히 사라졌다. 수원시 휴먼콜센터(1899-3300)로 연락만 하면 ‘맥가이버’와 같은 만능 기술자를 무료로 보내준다. 이날도 박씨는 싱크대 고장 난 수도꼭지를 새로 달고 방풍비닐로 외풍을 차단하는 서비스를 받았다.

박씨는 “시청에서 나온 기술자가 막힌 하수구를 뚫어주고 고장 난 밥솥도 고쳐줬다”면서 “살가운 이웃처럼 보살펴 주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마워했다.

16일 수원시에 따르면 2012년 4월 전국 최초로 이 서비스를 도입한 이래 박씨처럼 도움을 받은 가정이 1만9,715세대에 이른다. 첫해인 2012년 3,285건에서 시작해 작년에는 2만4,570건을 처리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아이디어를 낸 사업이다. 사회적 기업인 ‘함께 일하는 세상㈜’ 소속 기술자 7명이 생활불편을 호소하는 가구를 방문해 해결해주는 일종의 홈케어(Home Care) 서비스다. 모든 비용이 무료인데다 접수 후 이틀을 넘기지 않는 등 신속하기까지 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홀몸노인 가정이 대상이어서 방문 기술자들이 때론 듬직한 아들이나 살가운 말벗이 되기도 한다. 시청 홈페이지에 “자식보다 낫다”는 감사의 글이 잇따르고 이용자 서비스 만족도(100점 만점)가 98점에 달하는 배경이다. 수원시는 봉사단체 등과 연계해 살림살이를 마련해주거나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원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경기 수원시의 가사홈서비스 기사가 각종 공구를 실은 이동 차량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경기 수원시의 가사홈서비스 기사가 각종 공구를 실은 이동 차량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서 종합 1위에 오른 수원시의 성과는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 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20대 여성이 잔혹하게 살해된 오원춘 사건의 아픈 기억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2년 전 도입한 ‘여성 트리플 안심사업’이 대표적이다.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곳으로 귀가하는 여성을 경호원들이 도보로 집까지 바래다주는 ‘여성 안심 귀가 로드메니저’, 민간 보안업체가 24시간 방범활동을 해주는 ‘우먼 하우스 케어 방범서비스’, 가스배관 특수형광물질 도포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작년에는 여성안심 무인택배보관함 서비스도 추가했다. 택배를 가장한 여성 상대 범죄를 막기 위해서다.

시민밀착형 행정 배경에는 로컬 거버넌스(Local Governance)를 지향하는 염태영 시장의 철학이 깔려 있다. 염 시장은 “시민주권이 모세혈관처럼 흐르고 협동의 자세로 공동과제를 해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시민이 주인이고 싱크탱크인 시대”라고 강조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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