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도로의 상ㆍ하부를 민간업체가 개발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경부고속도로 등 상습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주요 간선도로의 지하화 사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한남~양재 나들목(IC) 6.4㎞구간 지하 40~50m에 왕복 12차로의 ‘스피드 웨이’를 뚫고, 지면 바로 아래에는 왕복 8차로의 ‘로컬 웨이’를 만들어 강남권 주요 도로로 연결시키자는 구상이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가 대한국토학회 등에 의뢰해 추산한 공사비는 3조3,000억원 안팎이다. 고속도로 지하화로 쓸모가 없어진 반포ㆍ서초ㆍ양재IC 부지 매각, 지상 상업시설 개발 등으로 비용을 마련할 방침이었지만 그 동안은 도로 상ㆍ하부의 민간 개발이 허용되지 않아 난항을 겪어 왔다.
그러나 이번 규제 완화로 재원 마련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김정렬 국토부 도로국장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상부 공간 개발은 서울시 도시계획, 교통 체계, 수도권 균형 발전 등과 연계돼 최소 10년은 걸리는 사업”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지만 업계 일각에선 사실상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공사비용 조달 근거가 갖춰졌기 때문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물꼬를 텄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이어 “고속도로 소음ㆍ분진 문제가 해결되고, 녹지와 상업시설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서초구 일대 부동산 가격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서부간선도로(성산대교 남단~금천 IC) 지하화 사업이 착공에 들어가면서 서울 금천구의 ㎡당 아파트 매매가격(1,135만원ㆍ지난해 12월 기준)은 전년 대비 8.82%나 뛰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7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서부간선도로는 물론 동부간선도로(성동~월릉교 8㎞)와 경인고속도로(서인천 IC~신월 IC 11.7㎞) 지하화 사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4㎞ 고가도로를 지하도로로 대체한 미국 보스턴시의 빅 디그(Big Dig) 프로젝트 등 도로 지하화 사업은 이미 해외에서 큰 인기”라며 “교통난 해결, 도시공간의 효율적 활용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사업 기간이 긴 만큼 타당성 여부는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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