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배철현의 승화] 습관

입력
2017.02.16 16:35
0 0

사람은 습관의 결과다. 내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떠올린 생각, 던진 말, 그리고 행동을 가만히 기억해보자. 대부분 무의식적인 습관에서 나왔다. 숨 쉬는 것, 걷는 것, 먹는 것, 일하는 것, 탐닉하는 것들은 내가 언제부터인가 의식하지 않고 쉽게 되풀이하는 일상이다. 이런 습관들이 바로 나인가? 내가 이 습관을 가만히 응시하고 ‘위대한 나’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습관을 수련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과거습관의 꼭두각시일 뿐이다. 과거의 습관을 검증해보자. 이것들은 대부분 생활환경과 사회 환경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나도 모르게 확고하게 굳어진 정신 상태이며 행동들이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새로운 습관을 창조하여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위대한 나’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몇 달 전부터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꼭 하는 의례가 생겼다. 이것은 나의 습관이 되어 일과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그것은 청소다. 아침에 찬 공기를 마시며 앞마당과 뒷마당을 빗자루로 쓰는 일이다. 청소를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분리했기 때문에, ‘거룩’하다. ‘거룩’이란 단어에 해당하는 고전 히브리어는 ‘코데쉬’인데, 그 본래 의미는 ‘구분’이다. 내가 일과의 맨 처음을 ‘청소’로 구분하여 매일 실천하기 때문에 거룩한 것이다. 이 시간은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겠다는 결심이며 수련이다. 이 청소행위는 매일 아침 오늘도 쓸데없는 것들을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자기결심이며 나를 매일 인도하는 스승이다. 어떤 일을 구분하여 자신의 최선을 위한 습관으로 만들 때 탁월함이 생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습관을 최고의 덕목으로 뽑았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삶은 ‘습관’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는 ‘습관’을 고대 그리스어로 ‘에토스’ethos라고 불렀다. ‘에토스’라는 용어는 수사학에서 시작했다. 어떤 정치가의 연설이 청중들에게 감동과 신뢰를 불어넣었다면, 연설 중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을 ‘에토스’라고 불렀다. 에토스는 그 정치가의 카리스마이다. 이 카리스마는 그의 평상시 습관에서 형성되는 선물이다.

어떤 사람의 말은 믿을 만하지만, 어떤 사람의 말엔 미움과 분쟁이 가득 차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 이유는 그의 일상과 습관이 진부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들 니코마코스에게 남긴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란 책에서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덕에는 지적인 덕과 도덕적인 덕이 있다. 지적인 덕은 자신의 태생과 교육을 통해 결정된다. 그러나 도덕적인 덕은 습관의 결과다. 사람들이 해야 할 도리라는 의미를 가진 ‘윤리’(ethike)는 ‘습관’이란 의미를 지닌 ‘에토스’에서 유래했다.”

나를 위한 최선의 에토스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연습이다. 피아노 의자에 허리를 꼿꼿이 펴고 건반에 손가락을 살포시 올려놓고 시선은 악보를 응시하고 발로 페달을 적시에 밟아야 한다. 그리고 음표와 음표 사이를 정확하게 구분하면서 정교하고 아름답게 이어주며 연주해야 한다. 수개월이 아니라 수년, 수십년 연습을 통해 위대한 연주자로 탄생한다. 그는 위대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나를 통해 음악의 새로운 해석을 탄생시키기 위해 부단히 연습했다. 끊임없는 연습의 과정이 습관이며, 습관의 수련을 통해 탁월함이 성취된다.

영국의 생리학자이며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한 찰스 세링턴(Charles Sherrington)은 인간 신체 움직임의 비밀인 ‘고유수용감각(proprioception)’을 발견하였다. 우리는 대부분 의식하지 않으면서 발을 내딛고 달린다. 우리는 순간순간마다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자동적이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조절한다. 인간은 달리기라는 습관을 완벽하게 습득하여, 달리면서도 자유자재로 비밀스런 고유수용감각을 발휘한다. 시각과 청작 장애자인 헬렌 켈러가 미국 현대 발레의 창시자인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을 찾아갔다. 헬렌 켈러는 그레이엄에 게 “발레에서 점핑이 뭐죠?”라고 물었다. 그레이엄은 켈러의 손을 발레니노의 허리에 감싸게 만들고 점프하게 만들었다. 그런 후 켈러는 말한다. “발레는 생각과 같아요. 발레는 마음과 같아요”라고 말했다. 수많은 시간의 연습을 통해 생각과 마음이 발레리노의 몸으로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습관은 생각의 반복이고, 나의 말과 행동은 일상습관의 가감 없는 표현이다. 내 습관은 나의 가치관이며 나의 운명이다. ‘습(習)’이란 한자는 이제 스스로 날려고 하는 새끼 새의 날개 짓을 형상화한 글자다. 습관이란 내가 원하는 위대한 삶을 위한 연습이며, 그 연습을 초지일관 하나로 엮는 기술이다. ‘습관’에 해당하는 영어단어 habit도 개인이 익숙하게 생각하는 장소에서 자주하는 행위다. 내가 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그것이 바로 ‘내 자신’이다. 탁월함이란 연습과 습관을 통해 스스로 획득한 예술이다. 탁월함이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나는 내가 자주하는 그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