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록밴드 저니의 원년 멤버이자 키보디스트인 조너선 케인은 첫 내한 공연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순복음 교회를 찾았다. 1975년 1집 ‘저니’ 발매 후 무려 42년 만에 한국에서의 첫 공연을 앞둔 왕년의 록스타는 아내이자 목사인 폴라 화이트와 함께 조용기 원로 목사를 만나고자 했다.
케인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그의 아내는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복음주의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삶에서 종교에 각별한 의미를 둔 두 사람이 한국에서 가장 큰 교회를 찾아 특별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저니의 내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16일 한국일보에 “케인이 개인 일정으로 아내와 함께 아는 목사님을 만나고 온다고 하고 숙소에서 나갔다”고 귀띔했다. 케인은 아내와 저니의 아시아투어를 함께 다니고 있다.
한국 교회에서 복음을 접한 케인은 다음 날인 15일, 밴드 동료들과 함께 국내 음악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했다.
“소 나우 아이 컴 투 유~”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저니의 히트곡 ‘오픈 암스’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위드 오픈 암스”를 외치며 노래를 이어 불렀다. 미국 가수 머라이어 캐리가 리메이크해 더 유명해 진, 국내에 숱하게 쏟아진 ‘올디스 벗 구디스’ 관련 CD에 깃든, 1970년대 팝 음악의 낭만이 돋을새김되는 순간이었다.
저니 특유의 서정엔 이끼가 끼지 않았다. 저니의 음악적 낭만은 팀의 간판이었던 보컬 스티브 페리의 고음과 감미로운 목소리에 기댄 바가 컸는데, 그의 공백을 후임인 아넬 피네다가 잘 채웠다. 고음만 놓고 보면 피네다의 목소리는 페리보다 날카롭고, 에너지가 넘쳤다. 페리의 목소리 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원곡이 지닌 향수를 해치지 않은 게 장점이었다. 피네다는 ‘후즈 크라잉 나우’ ‘휠 인 더 스카이’ ‘페이스풀리’ ‘돈트 스톱 빌리빙’ 등 저니의 히트곡을 능숙하게 소화했다. 팀에선 막내이자 신예이지만, 원년 멤버들과 함께 10여 년 동안 투어를 다니며 호흡을 맞춰 온 덕분이다. 노장 밴드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은 이도 피네다였다. 그는 전형적인 미국 하드록 스타일의 ‘세퍼레이트 웨이즈’ 등을 부를 때는 마이크를 허공에 던진 뒤 잡기고 하고, 무대를 방방 뛰어다니며 곡에 흥을 더했다.
노장들의 연주는 탄탄했다. ‘기타 신동’으로 불렸던 닐 숀은 화려한 기타 연주로, 또 다른 원년 멤버인 드러머 딘 카스트로노는 안정적으로 비트를 넣으며 공연의 버팀목이 됐다.
1973년 결성된 저니는 14장의 정규 앨범을 낸 뒤 전세계 8,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미국의 전설적인 밴드다. 1980년대 발표한 7집 ’이스케이프’로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하기도 했다. 약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저니의 추억 여행에 관객들도 뜨겁게 호응했다. 저니가 뮤지컬 형식의 미국 드라마 ‘글리’에 소개돼 새삼 화제를 불러 모았던 ‘돈트 스톱 빌리빙’을 본 공연 마지막에 선보이자, 2층에 있던 관객들까지 모두 일어나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저니도 한국 관객의 열정적인 반응에 놀란 눈치였다. 피네다는 앙코르 무대에서 1층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1970~80년대 전성기를 누린 밴드인 만큼 공연장에는 중년 관객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공연 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저니 공연 예매자는 40~50대가 51%를 차지했다. ‘아재들’이 주인이 돼 이끈 공연이었다. 내한 공연기획사에 따르면 이날 공연은 1,5000석이 매진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