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재단, 직경 30㎜ 길이 103㎜짜리 3개 공개
국과수 “벌컨포 탄피로 보인다”
공격형 코브라 헬기 발사 가능성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운용했던 공격용 헬기에서 발사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관총 탄피가 공개됐다.
5ㆍ18기념재단은 5ㆍ18구속부상자회 전남지부 소속의 한 회원이 5ㆍ18 당시 광주~전남 나주시 남평간 한두재 인근 도로변에서 습득한 탄피 3개를 지인을 통해 지난 8일 기증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탄피들은 길이 103mm, 직경 30mm으로 동일하다. 1980년 5ㆍ18 당시 나주시청에 근무했던 기증자는 같은 해 5월 24~25쯤 이들 탄피를 주워 보관해오다 최근 5ㆍ18 헬기 사격에 대한 진상규명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공개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념재단은 탄피 사진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M61 벌컨포 탄피로 보인다”는 답변을 받았다.
기념재단은 이 탄피들이 80년 5월 24일 육군 31항공단 103항공대의 공격형 헬기 AH-1J(일명 코브라) 운용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고 기록을 추적하고 있다. 5ㆍ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AHI-J 헬기에 벌컨포가 장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80년 9월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가 발행한 ‘광주소요사태분석(교훈집)’엔 5ㆍ18 당시 AH-1J 헬기 2대(인원 49명)가 운용됐고, 그 임무로 ‘무력시위 및 의명 공중화력 지원’이라고 기록돼 있다. 또 전교사 작전처 ‘보급 지원 현황’ 문건엔 80년 5월 23일 20㎜ 벌컨포 탄 1,500발이 항공대에 지급된 것으로 적혀 있다. ‘2군 계엄상황일지’에도 80년 5월 24일 AH-1J 2대와 500MD 2대가 지상 엄호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는 당시 남구 송암동 효천역 부근에서 계엄군간 오인 사격 상황이 발생하자 AHI-J 헬기가 공중화력 지원에 나선 것으로 기념재단 측은 추정하고 있다. 기념재단은 광주시의 협조를 받아 국과수에 이 탄피들의 생산 년도 및 제원에 대해 정밀감식을 의뢰할 계획이다.
기념재단 관계자는 “그간 헬기 기총 사격에 대해서는 다수의 목격자들의 증언이 있었지만 주로 5월 21일 발포에 관한 것이었고, 군에서는 발포 사실에 대해 함구하거나 부인해왔다”며 “이번에 공개된 탄피들이 80년 5월 21일뿐만 아니라 5월 24일 등에도 계엄군의 무장헬기 운용과 기총 사격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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