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이 물건을 파는 백화점에서 만드는 백화점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성장 동력이 둔화된 백화점 업계에 새로운 활로를 열게 될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자체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를 론칭하고 다이아몬드 반지 등 주얼리 제품을 직접 제조해 판매한다. 백화점이 주얼리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9월에도 자체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를 선보이고 캐시미어 제품 제작에도 뛰어든 바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이런 변신은 지난 2015년 12월 경영 일선에 나선 정유경 총괄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총괄사장에 오른 뒤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며 백화점 외형을 키우는데 공을 들였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증축을 완료하고 8,800억원이 투자된 대구 신세계를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또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도 따내며 신세계의 몸집을 불리는 데 성공했다. 백화점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고 제품 제조 사업에 뛰어든 것도 정 총괄사장의 외형 확대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의 공격적인 경영으로 신세계는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성장세를 이어갔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3조506억원의 매출(연결기준)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대비 19% 늘어난 수치다. 주요 백화점 3사중 매출 신장률이 가장 높다.
하지만 내실이 이를 따라주지 못했다. 신사업을 벌이느라 투자가 늘어난데다 새로 시작한 면세사업의 큰 적자가 원인이었다. 매출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신세계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2,515억원)은 오히려 전년대비 4% 감소했다.
이 때문에 향후 신사업 추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세계백화점이 과거 추진했던 신사업에서 별다른 재미를 못 봤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신세계는 지난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비디비치코스메틱’을 인수하고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비디비치코스메틱은 아직까지 적자의 늪(누적적자 144억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의 비교가 정 총괄사장의 공격적인 경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4월 남매간 지분 맞교환으로 ‘이마트는 정용진’, ‘신세계백화점은 정유경’의 후계구도가 더 굳어졌으나, 최대주주인 이명희 회장의 지분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후계구도 밑그림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남매가 회사를 나눠 맡게 되면서 당분간 두 사람의 경영능력은 알게 모르게 계속 비교될 수밖에 없다”며 “정 총괄사장의 공격행보가 이런 구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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