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방예산 대폭 늘리겠다”
유승민, 안보 관련 긴급 토론회
안보 이슈에 같은 보수색 목소리
중도 빅텐트 아래 뭉칠 가능성도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북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안보는 보수’ 입장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약점으로 꼽히는 안보 이슈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범여권 대선주자 가운데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강력한 안보’를 연일 외치며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념 지향이 다른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전 대표는 15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자강안보’(自强安保)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가운데 자강안보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국방 분야에 대한 정책 구상을 밝혔다. 현행 GDP(국민총생산) 대비 2.4% 수준인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으로 안보 불안 상황에서 선명하고 강경한 메시지로 중도보수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국민의당 정대철 상임고문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가 안보 문제에 대해 좀 보수적인 색깔을 띠겠다는 말씀을 했다”며 최근 안 전 대표와 전화통화한 내용을 전했다.
안 전 대표는 대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생기면 미국과 사드 배치 철회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수용 입장을 밝혔다. 첨단 강군을 위한 국방비 증액, 킬체인(Kill-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배치 조기 완료, 잠수함 증강, 5세대 전투기 개발 등 군사력 강화 비전도 내놓았다. 안 전 대표는 또 문 전 대표가 내걸었던 복무기간 단축 문제나 남경필 경기지사의 모병제 공약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전날 북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발사 대책으로 사드 추가 배치를 요구했던 유 의원은 이날도 강력한 안보관을 거듭 피력했다. 그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정남 피살은 큰 충격이다. 김정은 집단이 상상을 초월하는 도발을 언제든 저지를 수 있다고 본다”며 “사드 2~3개 포대를 국방예산으로 도입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16일 공약 발표 일정을 미루고 ‘안보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국회에서 열기로 했다. 토론회에선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발제를 맡는다.
유 의원은 앞서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 먼저 가겠다”고 한 문 전 대표를 두고 “이들 손에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맡겨도 괜찮은지 걱정이 앞선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안보 보수’ 입장을 확실히 알렸다. 또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선 저출산 문제를 직시하지 못한 어설픈 해법이라고 비판했으며, 모병제는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고 반대했다.
두 사람이 사드 배치 찬성, 모병제 및 복무기간 단축 불가 등 안보 이슈에서 사실상 같은 목소리를 내자 정치권에선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는 중도 빅텐트 아래 두 사람이 모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교롭게 두 사람은 혁신성장의 해법으로 창업국가를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유 의원과 당론으로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른정당이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유승민 캠프의 진수희 총괄본부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전이라 연대나 단일화를 이야기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을 바라는 외부에서의 힘이 작용하면 자연스럽게 공론화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반면 야권 주자로서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안 전 대표가‘선(先)자강론’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안 전 대표는 그동안 국민의당 지도부와 달리 빅텐트 구상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대전=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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