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46) 피살 사건이 김정은의 지령에 따른 암살로 심증이 굳어지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 인사들 신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에도 북한 암살자가 활동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곧바로 외부에 공개 또는 비공개 된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 보호 강화에 나섰지만, 탈북 주민들은 하루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은 피살 소식이 전해진 14일 오후부터 북한을 탈출해 국내에 정착하고 있는 주요 인사 거주 지역 경찰서에 경계령을 내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신변유예도(테러 위험성 정도)에 따라 어제 저녁부터 신변 보호팀을 추가 배치했다”며 “주거지 폐쇄회로(CC)TV 체크를 포함해 방범 순찰도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나 북한 외교관 출신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등 북한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인사들에게 추가 경호 인력을 투입하고 거주지 및 동선 보안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태씨를 비롯해 최고 경호등급인 ‘가급’ 인사는 평상시에도 관할 경찰서 보안과 소속 경찰관 2명이 24시간 밀착 경호를 해왔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유관기관들 간에 활발한 정보교류를 통해 빈틈이 없도록 체크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경호 대상자에 대해서는 거주지 이전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 조치에도 탈북 주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첩보에 따르면 국내에서 현재 활동 중인 암살자는 2명으로 (태 전 공사가) 타깃 1순위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북한 체제를 비판해온 주요 탈북 활동가의 신변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김용화(64)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안 그래도 뒤에 칼을 달고 다니는 심정인데 (단체 활동으로) 신분이 노출된 사람들이 어떤 심정이겠느냐”며 “분위기가 매우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북한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A씨도 “김정은이 고모부에다 형제한테까지 그러니 피해가 우리한테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며 “오늘은 경찰이 직접 찾아와 사소한 것까지 모두 신고하라고 주의를 주고 특이 사항이 없는지 체크하고 갔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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