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에 실패하자 세무조사를 언급하며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은 업체를 압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광고감독 차은택(48)씨 등 5인에 대한 5차 공판에서 차씨는 “2015년 6월 포레카 인수를 하기로 협상 중이던 회사(컴투게더)가 단독으로 입찰에 들어간 사실을 듣고 최씨가 격분해 ‘양아치’ ‘회사를 없애버리든지’라는 표현을 썼다”고 털어놨다. 차씨는 최씨 지시로 모스코스라는 회사를 차린 뒤 포레카를 인수하고자 이미 인수작업에 뛰어든 광고회사 컴투게더에게 포레카 지분을 양도하라고 강요하거나 강탈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선 차씨는 피해 업체인 컴투게더 대표에게 “정말 죄송하고 깊이 사죄하고 싶다”고 반성의 기미를 보였지만, 혐의와 관련해선 ‘최씨 때문에’라는 식으로 일관했다.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포레카 인수작업에 나선 이유에 대해 차씨는 “최씨가 모스코스를 통해 포레카를 인수해 큰 회사로 키워보라고 했다”며 “자금은 걱정하지 말라기에 정ㆍ재계에 힘이 있으니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씨의 ‘힘’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에서 나온다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차씨는 “최씨를 소개 받은 뒤 대통령과 가깝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최씨가 대통령을 통해 저를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차씨는 최씨 지시를 받아 함께 기소된 지인들과 포레카를 인수하기 위해 컴투게더 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앞서 8일 열린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모스코스 전 이사는 “차씨가 컴투게더 대표에게 ‘모스코스 배경에 힘있는 어르신들이 있다’고 말하라고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컴투게더 대표 역시 법정에서 “갑자기 나타나 지분의 80%를 내놓으라고 하더니 나중엔 지분은 아예 없고, 바지사장으로 있으라는 식의 협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에 검찰 측이 피해 업체의 불만에도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 한 이유를 묻자 차씨는 “최씨에게 ‘컴투게더 대표가 대부업체를 통해 무리하게 포레카를 인수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라며 최씨 탓을 했다. 컴투게더에게 포레카 지분을 넘겨달라고 할 정당한 권리가 있냐는 질문에도 차씨는 “컴투게더와 협상 내용을 최씨에게 보고하면 최씨는 늘 ‘어휴’라고 한숨을 쉬며 핀잔을 주듯 이야기 했고 당시엔 최씨 말이 맞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